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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인 가족 순금융자산 4억대, 파이어 가능할까? 진지하게 따져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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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후반에 접어들면 누구나 지나온 삶을 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접한 어느 가장의 사연이 딱 그랬다.

4인 가족의 외벌이 가장인데, 정년도 보장되고 연봉도 괜찮은 편이다. 야근도 거의 없고 운동할 시간까지 있는 직장이라 남들 보기엔 부러울 만한 조건이다.

하지만 속사정은 달랐다.

실력보다는 눈치나 비위 맞추기가 더 중요한 회사 문화 때문이었다. 그런 처세에 관심이 없다 보니 일은 열심히 해도 인정은커녕 이용만 당한다는 느낌이 쌓인 거다.

게다가 주말부부 생활까지 하니 몸도 마음도 완전히 지쳐버린 상황이었다. 이쯤 되니 남은 인생이 아까운데 지금이라도 가족 곁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을 법하다.

그런데 막상 통장 잔고를 튕겨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서울에 집은 하나 있다지만, 빚을 빼고 당장 굴릴 수 있는 돈은 퇴직금까지 합쳐서 4억 몇 천만 원 정도다.

아이들은 아직 초등학생이라 앞으로 학원비나 교육비가 쏟아져 들어갈 일만 남았다. 흔히 자산을 굴려 생활비로 쓰는 방식을 계산해 보면, 4억 5천만 원으로 만들 수 있는 돈은 한 달에 겨우 150만 원 안팎이다.

4인 가족 생활비는커녕 애들 교육비 대기에도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실제로 애들을 다 키워 독립시키고 은퇴한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그 정도 돈으로는 마음 편히 쉬기 어려워서 좀 더 모아둘 걸 그랬다고들 한다. 자녀가 자랄수록 들어가는 돈의 단위가 달라진다는 걸 겪어본 사람들의 말이니 무게감이 다르게 다가온다.

만약 혼자 사는 1인 가구였다면 조금 달랐을지도 모른다.

3억 원 정도로 조기 은퇴를 시도해서 소소하게 알바나 소일거리를 하며 버티는 경우도 있긴 하니까…

하지만 그런 삶도 주식 시장이 휘청거릴 때마다 가슴을 졸여야 하고, 자산이 적은 상태에서 장이 안 좋아지면 원금을 깎아 먹으며 버텨야 하는 위험이 크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이 있는 4인 가족에게는 선뜻 권하기 어려운 방식이다.

비슷한 자산을 두고 직장을 나와 프리랜서로 돌아선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봐도 비슷하다.

매달 꼬박꼬박 나오던 월급을 포기하고 야생으로 나오면, 예전만큼 버는 게 얼마나 힘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된다.

적어도 자산이 지금의 두 배인 8억에서 10억 원쯤은 쌓여야 일이 끊겨도 불안하지 않은 진짜 여유가 생긴다는 뜻이다. 결국 숫자만 따져보면 지금 당장 덜컥 그만두기보다는 조금 더 버티며 돈을 모으는 게 현실적인 답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이 가장을 진짜 괴롭게 만드는 건 돈 그 자체보다 회사 안에서의 인간관계와 상처받은 마음이다.

직장이라는 곳이 원래 능력만으로 돌아가는 게 아니라 정치와 처세가 작용하는 공간이라는 걸 인정하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회사를 내 꿈을 펼치는 곳이 아니라 그저 돈을 벌어다 주는 도구로 바라보고, 기대치를 뚝 떨어뜨린 채 담담하게 다니는 거다.

그리고 지금 느끼는 피로감의 큰 원인이 주말부부 생활에 있다는 점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무작정 퇴사할 게 아니라 출퇴근이 가능한 곳으로 직장을 옮겨 가족과 함께 사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경제적인 안정도 지키고 삶의 질도 높이는 좋은 절충안이 된다.

결국 이 사연을 보며 얻은 생각은, 회사를 지금 당장 그만두느냐 마느냐를 두고 모 아니면 도 식의 흑백논리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거다.

아이가 대학에 갈 때까지는 회사에 다니면서 맞벌이로 저축을 확 늘릴 수도 있고, 자산이 두 배가 될 때까지 기간을 정해두고 버텨볼 수도 있다. 아니면 번 돈이 조금 줄더라도 스트레스가 적은 일자리로 옮기는 방법도 있다.

숫자만 보고 무작정 포기하거나, 반대로 감정에 치우쳐 홧김에 사표를 내기보다는, 내가 지금 힘든 이유가 돈 때문인지 사람과 인정 때문인지를 먼저 구분해 보는 게 순서다.

그 이유만 명확해지면 꼭 회사를 완전히 관두지 않더라도 답답한 현실을 풀어낼 길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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