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도 없이 순수하게 통장에 10억이 딱 찍혀 있다면,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이자만으로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한 번쯤 해보게 된다.
단순히 계산해보면 10억을 예금에 넣었을 때 나오는 세후 이자가 월 200만 원 정도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정말 그 정도면 생활이 가능한 금액인지 하나씩 따져보게 된다.
우선 은행 예금 금리에 따라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돈이 얼마나 다른지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자소득세는 15.4%를 먼저 떼고 주기 때문에, 표면 금리와 실제 받게 되는 돈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생긴다.
금리가 1%포인트만 달라져도 매달 쓸 수 있는 생활비 차이가 꽤 크게 벌어진다.
요즘처럼 저축은행이나 새마을금고 같은 2금융권에서 4%대 예금 특판이 종종 나오는 걸 생각하면, 어디에 돈을 맡기느냐에 따라 매달 손에 쥐는 돈이 수십만 원씩 달라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사실 이자소득세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건 따로 있다.
바로 건강보험료 문제다.
연간 이자소득이 2,000만 원을 넘어가는 순간부터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면서 다른 소득과 합쳐져 세금이 올라가는 건 물론이고,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서 떨어져 지역가입자로 바뀌게 될 위험이 생긴다.
열심히 모은 돈을 은행에 맡기고 정당하게 이자를 받는 것뿐인데, 그 대가로 세금은 세금대로 내고 건강보험료까지 따로 내야 한다는 사실은 막상 계산해보면 꽤 억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은퇴하고 나서 따로 버는 돈이 없는 상태인데 건강보험료가 갑자기 늘어난다면 느끼는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단순히 얼마나 모았느냐보다 그 돈을 어떤 구조로 굴리고 있느냐가 실제 생활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세금과 건보료 문제 때문에, 단순히 예금 하나에 목돈을 다 몰아넣기보다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돈을 나눠두는 편이 유리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우선 10년 이상 유지하는 저축성 보험을 활용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 번에 큰 돈을 넣거나 매달 나눠 넣는 방식을 같이 쓰면, 나중에 받는 돈이 세금이나 건강보험료를 계산할 때 금융소득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10년이라는 시간을 계속 유지해야 해서 길게 느껴질 수 있고, 은퇴할 때가 다가올수록 가입하기가 꺼려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런 상품은 어릴 때 미리 준비해둬야 나중에 후회가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된다.
국민연금을 나중에 한꺼번에 더 내는 추납 제도를 활용해 납입 기록을 채워두는 것도 나이가 들어서 들어오는 돈을 안정적으로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연금 형태로 나오는 돈은 이자소득과는 다른 방식으로 관리되기 때문에, 예금 이자에만 기대는 구조보다 안정적으로 노후를 대비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개인투자용국채처럼 2억 원 한도 안에서 세금을 따로 계산해주는 분리과세 혜택 상품도 눈길을 끈다.

안전한 채권을 오랫동안 굴리면 표면금리는 낮추면서 매매차익 위주로 수익을 낼 수 있어, 금융소득종합과세나 건강보험료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ISA나 IRP 같은 절세 계좌를 함께 활용하면 세금 부담을 한 번 더 줄일 수 있다.
부부가 함께 자산을 관리하는 경우라면 각자 명의로 5억씩 나누어 비과세 상품과 세금우대 저축, 일반 예금을 조합하는 방식도 고민해볼 만하다.
1인당 받을 수 있는 비과세나 세금우대 한도를 따로따로 활용하면~
같은 10억이라도 한 사람 명의로 몰아둘 때보다 실질적으로 손에 쥐는 돈이 늘어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같은 10억이라도 누구에게는 여유로운 돈이고, 누구에게는 빠듯한 돈일 수 있다.
결혼을 하지 않고 자녀도 없으며 부양할 부모님도 안 계신 상황이라면 월 200만 원 안팎의 이자 수입만으로도 큰 무리 없이 살아갈 수 있다.
반대로 배우자와 자녀가 있고 부모님까지 모셔야 하는 상황이라면 같은 금액으로는 턱없이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10억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 돈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굴리느냐가 실제 삶의 질을 결정한다는 생각이 든다.
현금 10억을 그저 은행 예금 통장 하나에 넣어두고 이자만 받아 생활한다는 건 생각보다 세금과 건강보험료라는 변수 때문에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금리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목돈을 어떻게 나누어 어떤 상품에 넣어두느냐에 따라 같은 금액이라도 실제 생활비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
비과세 상품, 국민연금 추가 납입, 분리과세 채권, 절세 계좌, 부부 공동명의 분산까지 여러 방법을 조합해 미리 준비해두는 것이 결국 노후를 편안하게 만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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