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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아끼는 연금저축 IRP 인출 순서

  • 기준

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더 어려운 일은 따로 있다.

바로 그 돈을 언제, 어떤 순서로 꺼내 쓰느냐하는 문제다.

개인연금 계좌를 여러 곳에 나누어 운용하고 있다면 먼저 알아두면 좋은 점이 하나 있다.

세금 혜택 내역이 담긴 서류를 증권사 한 곳에만 내서 정리해 두면 나머지 증권사에도 자동으로 연동된다는 사실이다.

굳이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똑같은 서류를 제출할 필요가 없는 셈이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부터다.

연금저축과 IRP는 똑같이 개인연금이라는 이름으로 묶여 있지만, 돈을 빼 쓸 때 순서를 다르게 해야 세금을 덜 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연금저축 계좌 안에는 크게 세 가지 성격의 돈이 섞여 있다.

세금 혜택(세액공제)을 받지 않고 넣은 원금, 세금 혜택을 받은 원금, 그리고 그 돈을 굴려서 얻은 투자 수익이다.

이 가운데 세금 혜택을 받지 않은 원금은 언제 얼마를 꺼내 쓰든 세금이 전혀 붙지 않는다.

반면 세금 혜택을 받은 원금이나 투자 수익을 연금 형태가 아닌 방식으로 한 번에 빼 쓰면 16.5%라는 다소 무거운 세금을 내야 한다.

그래서 연금저축은 연금을 본격적으로 받기 전에 세금이 붙지 않는 돈부터 최대한 먼저 다 찾아두는 게 유리하다.

연금을 받기 시작한 뒤에 이 돈을 찾으려 하면, 세금이 없는 돈마저 연간 연금 수령 한도 계산에 포함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한도를 넘어서면 종합소득세를 내야 하거나 16.5% 세금이 붙을 수 있어 결국 손해를 보는 구조가 된다.

반대로 IRP는 성격이 조금 다르다.

IRP는 중간에 원하는 금액만 자유롭게 빼 쓰기 어려운 구조라, 차라리 연금 수령을 신청한 후에 세금이 안 붙는 금액부터 먼저 찾아 쓰는 게 현실적이다.

다만 이때 주의할 점이 있다. 그해 찾은 돈이 세금 안 내는 금액보다 적으면, 나중에 남은 금액을 추가로 찾아 쓸 때 16.5%의 세금이 붙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이 세금은 나중에 종합소득세 신고로 돌려받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정리해보면, 연금저축은 연금을 받기 전에 세금 없는 돈을 먼저 빼두고, IRP는 연금을 받기 시작한 후에 세금 없는 돈부터 먼저 찾는 게 세금을 아끼는 길이다.

두 계좌의 연금 수령 시작 시점을 일부러 다르게 잡아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통은 여러 연금 계좌를 한날한시에 똑같이 받기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막상 찾아 쓸 준비를 해보니 그 시작점부터 다르게 가져가는 게 훨씬 이득이었던 셈이다.

세금 구조를 좀 더 파헤쳐보면, 세금 혜택을 받지 않고 넣은 돈은 연금으로 나누어 받든 한 번에 다 찾든 상관없이 세금이 없고 연간 2,400만 원까지 세금 없이 처리된다.

반면 세금 혜택을 받은 돈을 연금으로 다달이 정상 수령하면 나이에 따라 3.3%에서 5.5%라는 가벼운 연금 세금만 내면 된다.

다만 IRP와 연금저축을 합쳐서 일 년에 가져가는 개인연금 액수가 1,500만 원을 넘어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때부터는 다른 소득과 합쳐서 신고할지, 아니면 16.5% 세금을 따로 내고 끝낼지 자신에게 이득이 되는 쪽을 골라야 하는 구간에 들어선다.

증권사 상담 사례만 봐도 결국 포인트는 똑같다. 세금 안 낸 돈은 2,400만 원까지 세금 없이 찾고, 세금 혜택받았던 돈은 5.5% 정도의 낮은 세금만 내며 나눠 받되, 연 1,500만 원 기준을 잘 따져서 세금이 더 적게 나오는 방식을 고르면 된다는 것이다.

이 계산법들을 알고 나니 문득 보험 상품이 떠오른다. 가입할 때는 뭐든 다 해줄 것처럼 말하지만, 막상 돈을 꺼내 쓰려고 하면 이런저런 조건과 예외가 까다롭게 붙는 모습이 닮아서다.

처음 이 구조를 접했을 때는 머리가 아플 정도로 복잡하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핵심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세금이 안 붙는 돈부터 먼저 빼내고, 세금이 붙는 돈은 최대한 낮은 세금만 내는 범위 안에서 나누어 받는 것이다.

물론 이 인출 순서가 모든 사람에게 무조건적인 정답은 아닐 것이다.

계좌마다 돈을 넣은 시기나 세금 혜택 여부, 굴려서 벌어들인 수익률이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자신이 가진 연금계좌의 잔액과 세금 혜택 내역을 엑셀 같은 곳에 깔끔하게 정리해두고, 해마다 얼마씩 찾아 쓸지 미리 판을 짜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래야 비로소 나에게 꼭 맞는 인출 순서와 시점을 찾을 수 있다.

한편으로는 세금 혜택을 안 받은 돈이라면 어차피 아무 때나 세금 없이 찾을 수 있는데, 굳이 미리 찾아둘 필요가 있을까? 하고 의문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본 것처럼 연금을 받기 시작한 뒤에는 이 세금 없는 돈마저 전체 수령 한도 계산에 얽혀버린다. 그래서 연금 수령 전에 미리 깔끔하게 정리해두는 편이 나중의 계획을 세우기 훨씬 편하다.

돌아보면 그동안은 연금 계좌에 돈을 얼마나 넣고 어떻게 굴릴지에만 온통 신경을 썼지, 정작 그 돈을 어떤 순서로 꺼내 쓸지는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것 같다.

돈을 모으는 계획 못지않게 찾아 쓰는 계획을 미리 세워두는 것, 이것이야말로 노후 준비에서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한 축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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