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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억 모으면 정말 은퇴 가능할까? 파이어의 현실

  • 기준

유튜브를 보다 보면 3억만 모으면 파이어족이 될 수 있다는 식의 영상을 가끔 보게 된다.

3억이라는 돈이 손에 전혀 안 잡힐 만큼 까마득한 액수는 아니니까 말이다. 하지만 막상 내 상황에 대입해서 계산기를 두드려보면 어떨까~

우선 예전보다 적은 돈으로 다달이 현금 흐름을 만들기 쉬워진 건 사실이다.

매달 배당을 주는 주식이나 펀드 상품이 다양해지면서 몇천만 원만 있어도 다달이 통장에 꼬박꼬박 돈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됐다.

회사를 완전히 관두는 건 무리더라도, 일하는 시간을 조금 줄이면서 생활비 일부를 투자 수익으로 채우는 반쯤 은퇴 정도는 충분히 도전해 볼 만한 시대가 된 셈이다.

실제로 요즘은 적은 돈으로 시작해서 부업이나 알바 소득에 배당금을 보태며 사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문제는 이런 소소한 은퇴와 완전히 일을 그만두는 진짜 파이어가 마치 같은 것처럼 섞여서 이야기된다는 점이다.

조회수를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을 다는 경우가 많다 보니, 속을 들여다보면 일과 배당을 병행하는 방식인데도 마치 완전한 은퇴인 것처럼 포장되곤 한다. 여기서부터 착시와 혼란이 생긴다.

혼자 사는 사람과 아이가 있는 4인 가족은 필요한 돈의 단위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흔히 안전하게 은퇴 자금을 굴릴 때 쓰는 매년 자산의 4%씩 꺼내 쓰는 방식으로 따져보면, 1년 생활비의 25배 정도는 모아야 한다.

요즘 보통 가구의 한 달 생활비가 300만 원 안팎이라고 하니, 1년으로 치면 3,500만 원 정도가 든다. 여기에 25를 곱하면 8억 원이 훌쩍 넘고, 조금 더 보수적으로 잡으면 10억 원 이상이 필요하다.

이건 평균적인 기준일 뿐이고, 아이가 둘 있는 4인 가족이라면 교육비까지 더해져 필요한 돈이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혼자 살면서 자가가 있고 지출을 극도로 줄일 수 있다면 3억 원으로도 겨우 버텨볼 수는 있겠지만, 그건 ‘은퇴 후의 삶’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최소한으로 ‘버티는 삶’에 가까울 것이다. 결국 똑같은 3억이라도 사람마다 가진 조건에 따라 전혀 다른 의미가 된다.

파이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요즘 많이 찾는 고배당 상품도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다.

연 10%가 넘는 배당을 준다는 수치만 보면 원금은 그대로 두고 다달이 나오는 돈만 써도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건 생각만큼 단순하지 않다.

이런 상품은 주가가 크게 오를 때 그 상승 이익을 다 챙기지 못하는 대신 배당을 많이 주는 구조가 많아서, 증시가 좋아 주가가 크게 뛸 때는 일반 지수 추종 상품보다 성과가 한참 떨어지곤 한다.

게다가 나눠주는 배당금과 실제 내가 번 전체 수익은 다른 개념이다. 매달 꼬박꼬박 돈이 들어와도 원금 자체가 깎여 나가면 결국 전체 자산은 줄어들게 된다.

시장이 나빠지면 배당을 유지하기 위해 원금을 까먹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처럼 특정 고배당 상품 하나에만 노후 전체를 거는 건 생각보다 위험 부담이 크다.

계산을 해볼수록 느끼는 건 파이어라는 단어 자체가 사람마다 의미하는 바가 다 다르다는 점이다.

일을 아예 안 하고 쉬는 삶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을 조금 하더라도 내 시간을 자유롭게 쓰는 상태를 목표로 하는 사람도 있다.

소득이 높은 전문직 가구라고 해서 파이어가 무조건 쉬운 것도 아니다. 버는 만큼 쓰는 생활 수준이 높아져 있다면, 외려 목표로 삼아야 할 자산 규모가 30억 원 이상으로 커지기도 한다.

반대로 생활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사람이라면 훨씬 적은 돈으로도 목표에 다가갈 수 있다. 중요한 건 구체적인 숫자가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이 무엇인가’이다.

이것저것 따져보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건, 내가 가진 자산 중 가장 소중한 건 다름 아닌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투자에서도 결국 조급하게 주식 창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느긋하게 시간을 두고 묻어두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종잣돈이 어느 정도 모이면 다달이 적금을 넣어 늘리는 속도보다 자산 스스로가 불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지는 순간이 오는데, 그 단계까지 가려면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내가 정한 원칙은 단순하다. 아껴 쓰고, 더 벌고, 모은 돈은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고 진득하게 묻어두는 것. 조급함을 내려놓고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드는 것, 그게 어떤 파이어를 꿈꾸든 가장 먼저 가져야 할 태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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