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서 오랫동안 투자해 온 사람들을 가만히 떠올려 보면 신기하게도 겹치는 구석이 참 많다.
처음부터 순탄하게 돈을 번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바닥까지 굴러 떨어져 본 사람들이 결국에는 제 자리를 잡고 살아남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은 최소 한 번쯤 크게 무너져본 경험을 갖고 있다. 특히 젊은 나이에 주식 시장에 뛰어든 사람일수록 고생길이 유독 험할 수 있다.
계좌가 단순히 반으로 깎이는 수준이 아니라 완전히 깡통을 차는 일을 한두 번씩은…
그 바람에 집안이 흔들리거나 인생에서 가장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사람도 적지 않다. 정신적으로 벼랑 끝까지 몰리는 고통을 맛보았다고 하니,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수익률 뒤에는 생각보다 처절하고 쓴 시간이 숨어 있었던 셈이다.
이렇게 크게 한두 번 데이고 나면 사람이 확실히 달라진다.
예전 같았으면 무심하게 넘어갔을 뉴스 하나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술이나 담배도 자연스레 멀리한다. 골프 같은 취미를 즐기던 사람도 횟수를 줄인다.
친구들을 만나는 시간조차 아까워하며 온통 주식 시장 하나에만 지독하게 파고드는 모습을 자주 목격한다. 조금 무섭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 정도로 몰입한 시간이 쌓이고 나서야 비로소 시장의 파도를 버텨낼 힘이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더더욱, 정년까지 열심히 일하며 주식판에는 얼씬도 안 해본 사람이 퇴직하자마자 그 소중한 퇴직금을 밑천 삼아 주식을 시작하는 걸 보면 마음이 불안해진다.
이 돈은 살면서 다시 벌 기회가 없는 마지막 목숨줄 같은 돈이다. 그렇다 보니 주가가 뚝뚝 떨어지는 하락장이 오면 심리적으로 절대로 견디지 못한다.
주가가 떨어져도 가만히 숨을 고르고 기다리면 될 것을, 이 돈마저 날리면 내 인생도 끝난다는 공포에 휩싸여 결국 가장 나쁜 타이밍에 주식을 헐값에 팔아버리고 만다.
실제로 주식을 처음 시작한 사람 중에서 10년이 지나도록 계속 돈을 벌며 살아남을 확률은 5%도 안 된다고 한다.
아무런 시장 경험도 없는 상태에서 은퇴 후 무작정 뛰어드는 것은, 말도 안 되게 희박한 확률에 하나뿐인 노후 자금을 전부 거는 위험천만한 도박이나 다름없다.
오랫동안 여러 투자자를 보면서 깨달은 가장 결정적인 차이는 돈을 잃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였다.
꾸준히 자산을 늘려가는 사람들은 절대 자신의 실패를 시장 탓이나 남 탓으로 돌리지 않는다. 대신 왜 손해가 났는지 차분히 되짚어보고, 똑같은 실수를 다시는 하지 않으려고 이 악물고 복기하는 습관이 있다.
반면에 반성 없이 늘 같은 방식으로 돈을 날리는 이들은, 끝에 가서 개인 투자자는 어차피 다 잃게 되어 있다며 스스로를 변명하기 바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진짜 크게 돈을 번 사람일수록 남들 앞에 자기 계좌나 재산을 과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자산이 몰라보게 늘어났는데도 겉으로는 전혀 티를 내지 않고, 주변에서 끈질기게 물어봐야 겨우 조금 이야기를 꺼내는 식이다.
지독한 인내심과 단단한 자기 원칙, 그리고 겸손함까지 갖춰야만 비로소 주식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다시금 새기게 된다.
원래 개인 투자자는 정보 싸움에서 한 발 늦을 수밖에 없다.
시장을 들썩이게 만드는 거대한 돈은 대부분 큰 기관이나 외국인들의 손에 있고, 중요한 사건이 터지기 전에 이미 한 발 먼저 판을 정리해두고 움직인다.

개인이 아무리 빨라봤자 늘 뒤늦게 소식을 듣고 뒷북을 치는 구조다. 그래서 단타나 유행하는 테마주를 쫓아다니기보다는, 오랜 세월이 지나도 든든하게 살아남을 좋은 기업이나 시장 전체 지수에 길게 투자하는 편이 그나마 개인이 이길 수 있는 현실적인 길이다.
장사할 때 무모하게 생소한 가게를 여는 것보다 널리 알려진 프랜차이즈를 고르는 게 안전한 것과 같은 이치다.
몇 년 동안 손해만 보다가 결국 시장을 떠나는 사람도 있고, 어렵게 벌어둔 돈을 하락장에 털어 넣고도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역시 주식 투자에 쉽게 가는 지름길이란 없다. 자기 그릇에 맞는 금액으로, 감당할 수 있는 위험 안에서 직접 넘어지고 깨지며 배우는 시간을 거쳐야 비로소 단단해진다.
요새는 은행 이자가 올라 굳이 위험한 주식판에 있지 않고 안전한 은행으로 돈을 옮기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는데, 어느 쪽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는 아니다. 그저 각자의 성격과 상황에 맞춰 나다운 선택을 해나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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