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혜택을 노리고 IRP 계좌를 새로 만드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문제는 계좌를 만든 다음이다. 세액공제를 받으려고 급하게 돈을 넣긴 했는데, 정작 그 안에서 어떤 상품을 사야 할지 감이 안 잡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성장형 자산에 70%를 넣고 나면 나머지 30%는 반드시 안전자산으로 채워야 한다는 규정 때문에 여기서 막히는 사람이 꽤 많다고 생각한다.
이 30% 룰은 IRP의 구조적 특징이다.
위험자산 비중이 70%를 넘을 수 없도록 되어 있어서, 계좌에 돈을 넣은 이상 나머지는 무조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품으로 채워야 한다.
그런데 막상 상품 목록을 열어보면 이름부터 낯선 상품이 줄줄이 나오다 보니, 그냥 방치해두는 계좌도 적지 않을 것이라 본다.
채권혼합형 ETF가 생각보다 인기가 많다.
요즘 안전자산 칸을 채우는 방법으로 특히 자주 보이는 것이 채권혼합형 ETF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장주를 절반 정도 편입하고, 나머지 절반은 국내 채권으로 구성한 상품이 대표적이다.
이런 구조는 주식 비중이 있긴 하지만 채권이 함께 섞여 있어서 IRP의 안전자산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
비슷한 원리로 나스닥100이나 미국 국채를 채권과 섞은 상품도 있다. 지수 자체는 성장성이 있는 자산이지만 채권 비중이 더해지면서 변동성을 어느 정도 눌러주는 구조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혼합형 상품은 이름에 ‘채권혼합’이 붙어 있어도 실제로는 주가 흐름에 따라 가격이 꽤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순수하게 원금을 지키는 개념의 안전자산과는 성격이 다르다는 뜻이다.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되는 선택지는 TDF(타겟데이트펀드)다.
은퇴 예상 시점에 맞춰 주식과 채권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해주는 상품이라 별도로 신경 쓸 일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실제로 디폴트옵션으로 TDF를 지정해두고 방치했더니 11개월 만에 15%대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은행 정기예금 금리보다 확실히 나은 성과를 보여준 셈이다.
다만 TDF는 매도 신청을 하더라도 실제 체결까지 9영업일에서 10영업일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게다가 신청 시점의 가격이 아니라 미래 시점의 기준가로 체결되는 방식이라, 시장이 급변하는 타이밍에 매도 신청을 넣으면 예상과 다른 가격에 체결될 위험이 있다.

실제로 이런 구조 때문에 수익 구간에서 매도를 신청했다가 며칠 사이 시장이 급락하면서 오히려 손실로 체결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TDF를 고를 때는 이 매도 지연 구조를 미리 알아두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반대로 변동성 자체를 아예 피하고 싶다면 정기예금만큼 단순한 답도 없다. 수익률은 낮지만 원금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마음 편한 선택이 될 수 있다.
특히 IRP 계좌를 처음 만들어서 아직 상품 구조가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일단 예금으로 채워두고 천천히 다른 상품을 공부해가는 방식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국고채 30년물 ETF처럼 장기 국채에 분할로 매수해나가는 방법도 눈에 띈다. 국채는 국가가 원리금을 보증한다는 점에서 안전자산으로 분류되지만, 만기가 긴 채권일수록 금리 변화에 따라 가격이 크게 움직인다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단순히 ‘국채니까 안전하다’고만 생각하고 접근하면 가격 변동에 당황할 수 있다.
이렇게 놓고 보면 IRP 안전자산 30%를 채우는 방법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뉘는 것 같다.
조금이라도 수익을 더 얻고 싶다면 채권혼합형 ETF나 TDF 쪽으로 기울게 되고, 변동성 자체가 부담스럽다면 정기예금이나 원금보장형 상품으로 채우는 편이 맞다. 그 중간 지점을 원한다면 국채 ETF를 분할로 담아가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중요한 건 안전자산이라는 이름만 보고 무조건 안심할 게 아니라, 그 안에 실제로 어떤 자산이 얼마나 섞여 있는지, 매도할 때 어떤 구조로 체결되는지를 확인하고 들어가야 한다는 점이다.
특히 TDF처럼 매도 체결까지 시간이 걸리는 상품은 시장이 흔들리는 시기일수록 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IRP는 세액공제라는 확실한 혜택이 있는 계좌인 만큼, 방치하지 말고 자신의 투자 성향에 맞춰 안전자산 칸을 채워두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본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매도 추천이 아니며, 다양한 관점 중 하나로 참고용으로 보면 된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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