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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더 많은데, 시가총액은 왜 엔비디아가 4배 넘게 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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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야기를 하다 보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비교가 있다. 바로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몸값(시가총액) 차이다.

올해 전망치만 보면 벌어들이는 돈(영업이익)은 삼성전자가 더 많은데, 회사 전체의 몸값은 엔비디아가 비싸다. 처음 이 숫자를 나란히 놓고 보면 누구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먼저 숫자부터 정리해보자.

증권가에서 보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은 380조 원 안팎이다. 불과 2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든 수치다. 올해 1~2분기 실적도 엄청났고, 3분기에는 한 분기 영업이익만 100조 원을 넘길 거라는 기대도 나온다.

반면 엔비디아의 올해 영업이익은 우리 돈으로 약 250조~280조 원 수준이다. 버는 돈만 놓고 보면 삼성전자가 확실히 앞선다.

하지만 시가총액으로 오면 이야기가 완전히 뒤바뀐다. 삼성전자는 1,700조 원 안팎인데, 엔비디아는 무려 8,000조 원에 달한다. 대략 4~5배 차이다. 시장은 엔비디아가 버는 1원에는 약 30원의 가치를 매겨주고, 삼성전자가 버는 1원에는 5원도 안 되는 가치만 매기고 있는 셈이다.

벌기는 삼성전자가 더 버는데, 왜 엔비디아가 훨씬 비쌀까? 이런 의문이 드는 건 당연하다.

시장은 지금 얼만큼 버나보다 얼마나 오래 버나를 본다.

이 차이를 이해하려면 주가가 무엇을 뜻하는지 떠올려야 한다. 주가는 올해 성적표가 아니라, 이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꾸준히 돈을 잘 벌까?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를 반영한 값이다.

쉬운 비유를 들어보자. 올해 대박이 나서 10억을 번 가게 A가 있고, 올해는 7억을 벌었지만 앞으로 10년 넘게 안정적으로 7억씩 벌 것 같은 가게 B가 있다.

가게를 사려는 사람들은 어느 곳에 더 큰 돈을 낼까? 아마 B가게일 것이다. 올해 당장의 숫자보다 그 숫자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가 가격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가 비싼 값을 받는 이유도 비슷하다.

엔비디아는 단순히 인공지능 칩만 파는 게 아니다. 개발자들이 그 칩을 쓸 수밖에 없게 만드는 프로그램 환경(소프트웨어 생태계)까지 완전히 쥐고 있다. 한 번 이 시스템에 적응한 기업들은 다른 칩으로 바꾸기가 너무 어렵다. 시장은 이렇게 대체하기 힘든 구조에 높은 점수를 주는 것이다.

삼성전자에 늘 붙는 꼬리표, 사이클

반면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는 오랫동안 사이클을 타는 사업으로 인식되어 왔다. 손님이 몰릴 땐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지만, 물량이 풀리면 순식간에 가격이 곤두박질치는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불과 2023년만 해도 삼성전자는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이 1조 3천억 원 수준에 그쳤다. 지금은 한 분기에 100조 원을 넘보지만, 불과 3년 전엔 한 해 농사가 휘청였던 기억이 시장에 남아있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 아무리 엄청난 돈을 벌어도, 이 호황이 얼마나 가겠어?라는 의심이 가격을 깎아먹고 있다.

물론 지금은 인공지능(AI) 열풍 덕에 고성능 메모리(HBM) 수요가 폭발하고 있어서 이번 호황은 예전과 달리 오랫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과거의 상처를 기억하며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돈을 벌어도 주주 손에 남는 게 다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벌어들인 돈을 누구에게 나눠주느냐다.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은 번 돈으로 자기 회사 주식을 사서 없애버리거나,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넉넉히 돌려준다. 전체 주식 수가 줄어들면 남아있는 주식 한 주의 가치가 높아지니 주가도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번 돈을 회사 안에 쌓아두는 경향이 강했다. 삼성전자도 최근 자사주를 사들이며 변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시장은 이게 꾸준히 이어질까?라며 아직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성과급이나 노사 문제 등도 투자자들이 눈여겨보는 요인이다.

상장되어 있는 시장의 차이도 크다. 미국 시장은 전 세계 모든 돈이 몰려드는 가장 큰 무대다. 똑같은 매력을 가진 기업이라도 미국에 상장되어 있으면 사려는 사람이 훨씬 많아 더 높은 값을 받는다.

반면 한국 시장은 투자 심리, 지배구조 문제 등 여러 변수 때문에 기업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존재한다. 삼성전자가 미국 증시에 상장되어 있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높은 평가를 받았을 거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결국 삼성전자의 가치를 바라보는 시선은 두 가지로 나뉜다.

  1. 지금 버는 돈이 진짜다: 한 해에 웬만한 국가 수출액만큼 돈을 버는데, 시장이 언제까지 이 숫자를 무시할 수는 없다. 곧 제 가치를 찾을 것이다.
  2. 지속될 수 있는지 증명해라: 메모리 사업 특성상 언제 또 꺾일지 모르니, 이 실적이 2~3년 이상 계속되는지 확인하고 나서 평가해주겠다.

개인적으로는 두 이야기 모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삼성전자가 풀어야 할 숙제는 분명하다. 지금의 거대한 이익을 앞으로도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이익을 주주들과 얼마나 잘 나눠줄 것인지를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숫자 차이만 보고 왜 이렇게 저평가냐라며 답답해하기보다는, 시장이 왜 확신을 갖지 못하는지 그 속내를 들여다보는 것이 훨씬 현명한 투자 태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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