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스닥 시장에 투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오래된 논쟁이 하나 있다.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이 나은지, 아니면 운용역이 직접 종목을 골라 담는 액티브 상품이 나은지에 대한 이야기다.
국내 코스피 시장이라면 답이 비교적 명확하다는 의견이 많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이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다 보니, 아무리 유능한 매니저라도 이 두 종목의 비중을 크게 벗어나기 어렵고, 결국 패시브 상품인 코스피200 지수 추종 ETF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런데 미국 시장, 특히 나스닥으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는 시각이 최근 부쩍 늘고 있다.
투자 관련 서적을 여러 권 읽어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접했을 법한 이야기가 있는데, 10년 단위로 놓고 보면 월가의 헤지펀드 가운데 미국 지수 수익률을 웃도는 곳은 전체의 10퍼센트 안팎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정확한 수치는 책마다 조금씩 다르게 인용되지만 요지는 같다. 지수를 이기는 액티브 운용이 생각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통계를 접한 어느 40대 중반의 투자자는 처음에는 이 조언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연금저축과 퇴직연금 같은 절세 계좌에서 나스닥100과 S&P500을 절반씩 담아 시작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나스닥은 수익률이 높은 대신 변동성이 크고, S&P500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는 판단에서 비중을 나눈 셈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의 생각은 조금씩 바뀌었다.
나스닥이 S&P500보다 흔들림은 크지만 보유 기간을 길게 가져가면 결국 수익률에서 앞선다는 사실을 여러 차례 확인했고, 본인의 투자 성향상 낙폭이 크더라도 버틸 수 있는 편이라는 자각도 있었다.
미국 시장이 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한다는 믿음도 굳건했다. 그래서 S&P500 비중을 모두 나스닥으로 옮기고, 이후 적립식 매수도 나스닥 하나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40대 중반이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60대 중반 연금 수령 시점까지 20년 가까운 시간이 남아 있으니, 그 사이 복리 효과가 충분히 작용할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실제로 3년 정도 이렇게 운용해 본 결과 수익률은 기대 이상이었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패시브 나스닥 상품에 만족하던 그가 비교 삼아 소액으로 액티브 나스닥 상품을 사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처음 매수했을 때만 해도 패시브와 액티브의 수익률 차이는 크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점점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비교적 명확했다.
사람들이 흔히 떠올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전통적인 빅테크 대장주보다, AI 붐과 함께 급부상한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관련 종목들의 상승 폭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지수 편입 비중이 고정된 패시브 상품은 이런 흐름을 기민하게 따라가기 어려운 반면, 액티브 상품은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정하며 이 흐름에 올라탈 수 있었던 셈이다.
실제 수치로 확인해보면 이런 격차는 결코 작지 않다.
KoAct 미국나스닥성장기업액티브는 올해 6월 말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 76.4퍼센트, 최근 1년 수익률 123.2퍼센트를 기록하며 국내에 상장된 나스닥 관련 ETF 가운데 가장 높은 성과를 냈다.
반면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 자체의 상승률은 연초 이후 16.8퍼센트, 1년 47.7퍼센트에 그쳤다.
지수와 액티브 상품 사이에 몇 배에 달하는 격차가 벌어진 셈이다. TIME 미국나스닥100액티브 역시 2026년 7월 말 기준 연초 이후 28.52퍼센트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순자산총액은 2조 2천억 원을 넘어섰다.
두 상품 모두 AI 인프라 확대와 관련된 반도체, 데이터센터 관련 종목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는데, 이런 포트폴리오 구성이 최근 시장 흐름과 잘 맞아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흐름을 지켜본 그 투자자는 결국 생각을 한 번 더 바꾸게 된다.
본인의 매매 실력과 투자 성향이 단기 매매나 개별 종목 선정에는 애초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지수 수익률에만 만족하기도 아쉬웠다는 것이다.

시장 상황에 훨씬 빠르게 대응할 수 있고, 본인보다 정보와 경험이 풍부한 전문 운용역이 직접 종목을 골라주는 액티브 상품이 낫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래서 IRP 계좌에서 안전자산으로 의무 편입해야 하는 30퍼센트를 제외한 나머지 자금을 액티브 상품으로 전환했고, 남은 안전자산 부분도 채권과 액티브 전략이 결합된 상품으로 바꿔두었다고 한다.
물론 이런 선택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액티브 상품의 총보수가 1퍼센트 중반대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수수료 역시 매년 복리로 깎여나가는 비용이기 때문에, 장기로 갈수록 그 부담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논리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를 일군 창업자가 평생 저비용 인덱스 투자를 강조했던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액티브를 선택한 쪽에서는, 수수료를 다 제하고도 수익률 격차가 워낙 크게 벌어진 지금 같은 국면에서는 굳이 저비용만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하기도 한다. 결국 어느 쪽이 맞는지는 시장 상황과 그 상황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는지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시장이 상승세를 타는 국면에서는 액티브 상품이 지수보다 확실히 높은 성과를 내지만, 반대로 시장 전체가 흔들리는 하락 국면에서는 그 낙폭도 지수보다 훨씬 가파를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나온다.
실제로 상승장에서는 전고점을 더 빠르게 회복하는 경향이 있다는 관찰도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지금이 상승기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수 있다는 신중한 시각도 있다.
그래서 전체 시장이 조정을 받을 조짐이 보이면 보유 자산 중 액티브 상품부터 먼저 정리한다는 원칙을 세워둔 투자자도 있다.
액티브 상품끼리도 비교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린다는 지적도 흥미롭다.
나스닥 액티브 상품의 수익률을 나스닥 지수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우수해 보이지만, 반도체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와 비교하면 오히려 뒤처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장주 중심의 액티브 전략이라면 반도체 지수와 견주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주장과, 애초에 나스닥100을 표방하는 상품이라면 나스닥 지수와 비교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지점이다.
결국 운용 기간이 1년 이상 누적되었는데도 비교 대상 지수를 넘어서지 못한다면, 그 운용사의 역량 자체를 의심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 모든 논의를 관통하는 결론은 비교적 단순하다.
절대적인 정답은 없다는 것이다. 미국 시장이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는 믿음이 확고하고, 패시브 지수 수익률만으로는 아쉬움이 남으며, 큰 폭의 낙폭도 감내할 수 있는 성향이라면 액티브 상품이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변동성에 예민하거나 장기 보유 과정에서 수수료 부담을 최소화하고 싶다면 여전히 저비용 패시브 상품이 합리적인 선택일 것이다.
다만 지금처럼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반도체와 관련 종목의 실적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는 국면에서는, 그 흐름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지를 꾸준히 지켜보면서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조정해 나가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본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매도 추천이 아니며, 다양한 관점 중 하나로 참고용으로 보면 된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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