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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저축, IRP, ISA 다 채워도 흔들리는 이유 – 절세계좌 장기투자 현실 이야기

  • 기준

주변에 보면 절세계좌 하나쯤 굴리고 있는 사람은 많다.

연금저축, IRP, ISA. 이름은 다 들어봤고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 막상 몇 년째 꾸준히 채워 넣고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다는 걸 느낀다.

처음엔 다들 비슷하게 시작한다. 지수를 추종하는 ETF를 하나 정해 놓고 매달 정해진 금액을 넣는 것, 그게 전부다. 방법 자체는 정말 단순하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생긴다. 반도체, 인공지능, 로봇, 우주항공, 방위산업 같은 이름만 들어도 설레는 섹터들이 뉴스에 오르내리기 시작하면 마음이 흔들린다.

옆에서 누가 몇 배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라도 들으면 더 그렇다.

지수 추종 ETF는 갑자기 답답하고 느려터진 선택처럼 느껴진다.

그렇게 하나둘 테마 ETF나 개별 종목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흐름을 여러 번 지켜본 적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몇 년 전에 그렇게 뜨거웠던 이차전지나 메타버스 관련 종목들이 지금 어떻게 됐는지를 떠올려보면 답이 나온다는 점이다.

화무십일홍이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화려한 꽃도 열흘을 넘기지 못한다는 뜻인데, 특정 산업이나 테마에 집중된 ETF도 딱 이 말과 닮아 있다.

운 좋게 상승 구간에 올라타더라도 팔아야 할 타이밍을 정확히 잡아내지 못하면 그대로 물려서 오랫동안 마음고생을 하게 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결국 타이밍을 맞추는 게임이 되어버리는 셈인데,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지수 추종만 고집하는 게 무조건 정답이라는 뜻은 아니다.

개별 종목이나 국내 대표주에 투자해서 큰 수익을 낸 사람들도 분명 있고, 그런 안목을 가진 사람들을 보면 그건 그것대로 존중할 만한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그런 안목이 없는 사람이 남들 따라 뛰어들었다가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함정이다. 자신이 어떤 성향의 투자자인지 먼저 아는 게 순서인 것 같다.

절세계좌를 활용하는 방식도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게 된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연금저축과 IRP를 합쳐 연간 9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보통 연금저축 600만원을 먼저 채우고 나머지 300만원을 IRP로 채우는 조합이 가장 널리 쓰인다.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라면 16.5%, 그 이상이면 13.2%의 공제율이 적용되니 900만원을 꽉 채웠을 때 최대로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대략 148만원 안팎이다.

여기에 ISA까지 활용하면 절세 효과는 한층 커진다. ISA는 연간 2,0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당해에 다 채우지 못한 한도는 다음 해로 이월되기 때문에, 목돈이 생기는 해에 한꺼번에 크게 넣는 것도 가능하다.

게다가 ISA를 3년 이상 유지한 뒤 만기 자금을 연금계좌로 옮기면 전환 금액의 일부에 대해 추가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두면 유용하다.

이렇게 계좌 구조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정작 그 안에 무엇을 담을지는 최대한 단순하게 가져가는 방식이 결국 가장 오래 버티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스닥100이나 S&P500 같은 미국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 혹은 배당 성장주 중심의 상품 하나 정도를 정해서 꾸준히 모아가는 것. 화려하지도 않고 특별할 것도 없지만, 몇 년을 돌아보면 오히려 이런 심심한 방식이 가장 흔들림 없이 자산을 불려온 경우가 많았다.

배당주를 언제 편입해야 하느냐는 질문도 자주 나오는데, 사실 정답이 정해져 있다기보다는 개인의 필요에 달린 문제라고 본다.

당장 현금흐름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서둘러 배당 비중을 늘릴 이유는 없다.

오히려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을 낮추는 안정판 정도의 의미로 일부 편입해두는 정도면 충분하다는 의견이 많다.

반면 은퇴가 가까워지고 정기적인 현금 흐름이 중요해지는 시점이 오면 그때 자연스럽게 비중을 늘려가는 것도 방법이다. 결국 이것도 각자의 자금 상황과 인생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다.

한국 시장에 대한 태도도 사람마다 다르다.

개별 종목에는 손대지 않으면서도, 정책적으로 코스피 지수 자체를 밀어주는 흐름이 보일 때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소액으로 함께 모아가는 식의 절충안을 택하는 경우도 있다.

확신이 크지 않은 자산이라면 목돈이 필요한 시점에 미련 없이 정리하고, 그 자금을 주력으로 삼고 있는 미국 지수 추종 상품 쪽으로 다시 옮겨가는 유연함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투자라는 건 자신의 성향에 맞는 옷을 찾아 입는 과정에 가까운 것 같다.

변동성을 잘 견디는 사람이라면 개별 종목이나 테마 투자로 큰 수익을 낼 수도 있겠지만, 그런 흐름에 일희일비하는 성향이라면 오히려 단순하고 지루한 지수 추종 방식이 훨씬 마음 편하고, 장기적으로는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가능성이 크다.

다이어트로 치면 단기간에 살을 빼는 것보다 뺀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게 훨씬 어려운 것처럼, 지수 투자도 시작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지만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이어가는 게 진짜 어려운 부분이다.

방법은 세상에서 가장 쉬운데, 그걸 실제로 실천해내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는 것. 오랫동안 이 방식을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공감할 만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본 글은 특정 종목에 대한 매수 매도 추천이 아니며, 다양한 관점 중 하나로 참고용으로 보면 된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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