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그만두고 연금 받거나 월세 소득이 생기고, 예금 이자랑 주식 배당금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면 다들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된다.
“이 돈들도 다 똑같이 세금 내고 건강보험료에도 똑같이 들어가는 건가?” 싶은 거다.
막상 찾아보면 소득 종류마다 다루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데, 이걸 모르고 있다가 어느 날 갑자기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잃거나 생각지도 못한 건보료 폭탄 고지서를 받는 경우도 많다.
나중에 당황하지 않으려고 소득 종류별로 세금이랑 건강보험료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차근차근 정리해보기로 했다.
우선 세법에서 소득을 나누는 기준부터 볼 필요가 있다.
크게 종합소득과 분류소득 두 가지로 갈린다.
종합소득은 1년 동안 버는 여섯 가지 돈, 그러니까 월급, 연금, 사업 번 돈, 기타 소득, 이자, 배당을 몽땅 하나로 묶어서 계산하는 방식이다.
돈이 묶여서 덩치가 커질수록 세금 비율이 쑥 올라가는 구조라, 여러 가지 길로 돈을 버는 사람일수록 세금 부담이 크게 커진다.
반면에 분류소득은 퇴직금이나 집·주식 팔아서 번 돈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소득을 말한다.
이런 건 다른 소득이랑 섞지 않고 따로 떼어내서 계산한다. 몇 년, 길게는 몇십 년 동안 차곡차곡 쌓인 가치가 한 번에 돈으로 바뀐 건데, 이걸 단 1년 만에 다 번 것처럼 쳐서 세금을 매기면 세금이 지나치게 세지니까 일부러 떼어내서 다르게 계산해 주는 거다.
종합소득에 들어가는 여섯 가지를 하나씩 뜯어보면 성격이 참 제각각이다.
제일 흔한 월급 같은 근로소득은 연말정산을 거쳐 다른 소득과 합쳐지지만, 일용직으로 번 돈은 그냥 처음부터 일정 비율만 세금으로 떼고 깔끔하게 끝난다. 연금도 다 같은 연금이 아니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같은 공적연금은 버는 돈 대부분이 종합소득에 들어가지만, 개인적으로 넣는 연금저축 같은 사적연금은 1년에 1,500만 원 이하로 받으면 저렴한 세율로 깔끔하게 마무리가 된다.
사업소득에서 자주 흔들리는 주택 월세 소득은 연 2,000만 원 이하면 따로 떼어내서 적은 세금으로 끝낼 수 있지만, 이 기준을 넘어가면 통째로 종합소득에 들어가 세금이 커진다.
강연료나 원고료 같은 기타소득도 번 돈 기준 연 300만 원을 넘기면 종합소득으로 묶여버린다.
예금 이자나 주식 배당 같은 금융소득도 흥미롭다. 이 둘을 합쳐서 연 2,000만 원까지는 15.4%만 떼고 끝나는데, 이걸 넘어서는 순간 초과한 금액만 종합소득에 얹혀서 세율이 훌쩍 뛴다. 이자와 배당을 같이 받는 편이라면 이 합산 기준을 늘 염두에 둬야겠다고 느꼈다.
반면에 퇴직금이나 부동산·주식을 팔아서 남긴 돈은 종합소득과 아예 다른 길을 간다.
퇴직금은 한 번에 목돈으로 받을 수도 있고 연금으로 나눠 받을 수도 있는데, 연금으로 쪼개서 받으면 세금을 30~40%나 깎아준다.
확실히 한 번에 받기보다는 천천히 나눠 받는 게 세금 면에서 훨씬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다. 집이나 부동산을 팔아 남긴 양도소득도 차익에 대해서만 따로 신고하고 내는 구조인데, 오래 보유할수록 세금을 줄여주는 혜택이 붙어서 오래 쥐고 있을수록 유리해진다.

이 두 가지 소득의 핵심은 종합소득과 절대 섞이지 않는다는 점이고, 이게 바로 건강보험료 문제와도 직결된다.
여기서 정말 주의 깊게 봐야 할 게 바로 건강보험료다.
세금 낼 때 계산하는 소득이랑 건보료 낼 때 반영하는 소득 비율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이다.
월급은 비과세를 뺀 금액 그대로 100% 반영되지만,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은 받는 돈의 절반만 건보료 기준에 들어가고, 사적연금은 아예 건보료 계산에 포함조차 안 된다.
사업소득은 경비 빼고 남은 금액 기준 100%가 들어간다. 금융소득은 연 1,000만 원이 커트라인인데, 이 이하면 건보료에 전혀 영향이 없지만 1,000만 원을 단 1원이라도 넘기는 순간 넘은 금액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1,000만 원 전체가 100% 건보료 산정에 반영되어 버린다.
세금은 넘는 금액만 합쳐서 내는 것에 비해 건보료는 통째로 들어간다는 점이 참 무섭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반면 퇴직금이나 부동산 판 돈은 건보료 산정에서 아예 빠진다.
아무리 큰 차익을 얻거나 퇴직금을 많이 받아도 그 자체로는 건보료가 오르지 않는다. 다만 그 목돈을 다시 예금에 넣어 이자를 받거나 주식에 투자해서 배당을 받으면, 그 이자나 배당이 다시 건보료에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가족의 건강보험 밑으로 피부양자에 들어가 있다면 기준이 더 까다롭다.
사업자등록을 한 상태라면 사업으로 번 돈이 단 1원만 있어도 그 즉시 피부양 자격을 잃는다. 사업자등록이 없다면 1년에 500만 원까지는 괜찮은데, 이걸 모르고 소소하게 부업 하겠다고 사업자를 냈다가 피부양자에서 튕겨 나가는 경우가 정말 많다.
또 근로, 연금, 사업, 기타, 금융소득을 다 합쳐서 연 2,000만 원을 넘겨도 피부양자에서 탈락한다. 이때 부부 중 한 명만 탈락해도 나머지 한 명까지 같이 튕겨 나가게 된다.

여기에 소득 말고 재산 기준도 따로 있어서, 재산세 과세표준이 9억 원을 넘거나, 5억 4천만 원을 넘으면서 연간 소득이 1,000만 원을 넘어가면 자격이 상실된다. 소득과 재산 두 가지를 같이 챙겨야 하는 이유다.
결국 돌이켜보면 얼마나 버느냐도 중요하지만, 돈이 어떤 모양으로 들어오느냐가 훨씬 중요해 보인다.
같은 돈이라도 개인연금으로 받으면 건보료가 안 나오지만, 사업소득으로 잡히면 바로 건보료 부담으로 이어진다. 금융소득도 1,000만 원이라는 턱을 넘느냐 안 넘느냐에 따라 대우가 완전히 달라진다.
나중에 은퇴를 하거나 여러 방식으로 돈을 벌 계획을 세울 때, 소득을 언제 어떤 형태로 만들지 미리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세금이랑 건보료를 상당히 아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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