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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 DB형 그냥 두면 손해일까? DC형 전환 전에 꼭 확인해야 할 것들

  • 기준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봤을 주제다.

회사에서 운영해주는 퇴직금 DB형을 그냥 둘지, 아니면 내가 직접 굴리는 DC형으로 전환할지. 사실 이 결정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퇴직까지 10년, 20년이 남았다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수천만 원의 차이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DB형이 유리한 사람, DC형이 유리한 사람은 따로 있다.

이 두 가지를 나누는 가장 핵심적인 기준은 딱 하나다.

앞으로 내 연봉이 얼마나 오르느냐이다.

DB형 퇴직금은 마지막 급여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그러니까 퇴직 직전까지 연봉이 꾸준히 오르는 사람이라면, 회사가 알아서 그 상승분을 반영해 퇴직금을 늘려주는 셈이다.

반면 DC형은 매년 납입되는 금액을 내가 직접 운용하는 구조라서, 연봉 상승이 크지 않아도 투자 수익으로 그 이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

흔히 통용되는 판단 기준이 하나 있다. 연봉 상승률이 5% 이상이면 DB가 낫고, 그보다 낮다면 DC를 고려할 만하다는 것이다.

승진이 남아 있거나, 연차가 쌓이면서 급여가 자연스럽게 오를 구조라면 DB가 꽤 안정적인 선택이다.

반대로 승진은 이미 마쳤고, 연봉 인상도 물가 상승 수준인 2~3%에 그친다면 DC로 전환해서 직접 굴리는 편이 장기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연봉이 아니라 투자 실력이 갈린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DC형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수익이 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결국 내가 얼마나 잘 굴릴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DC형으로 전환하면 퇴직금 계좌 안에서 ETF나 TDF 같은 금융상품을 직접 선택해서 투자할 수 있다.

이미 연금저축이나 ISA 계좌로 지수 ETF를 운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크게 어렵지 않다. 하지만 주식 투자를 해본 적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큰 돈을 굴리는 건 생각보다 부담이 크다.

실제로 DC형으로 처음 전환한 뒤 수익이 아니라 손실을 경험한 사례도 있다. 개인연금 계좌로 처음 투자를 시작한 첫 해에 25%나 손실을 봤다는 경우도 있었다.

반면 미국 지수 ETF를 꾸준히 보유한 경우엔 1~2년 사이에 수익률 20~30%를 기록한 사례도 적지 않다.

즉, DC형은 잘하면 훨씬 크게 불릴 수 있지만, 잘못하면 노후 자산이 줄어드는 리스크도 함께 안아야 한다.

DC형으로 일찍 전환할수록 유리한 이유

투자에서 수익률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시드, 즉 원금의 크기다.

예를 들어 동일하게 연 10% 수익을 낸다고 해도, 원금이 1,000만 원이면 수익은 100만 원이지만, 원금이 2억 원이면 수익은 2,000만 원이다. 이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진다.

DC형으로 전환하는 타이밍에 대해서도 예전과 달라진 흐름이 보인다.

과거에는 임금피크제나 연봉 천장이 가까워질 때 전환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최근에는 과장에서 부장급으로 올라가는 시점, 즉 경력 중반부에 일찍 전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드가 클수록 복리 효과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일찍 굴리기 시작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25년 차에 2억 5천만 원을 DC로 전환한 뒤 ETF 운용을 시작한 경우를 생각해보면, 2~3년 전에 전환했더라면 더 큰 수익금을 손에 쥐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생길 수밖에 없다.

퍼센트 수익률이 같더라도 원금이 크면 금액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큰돈 앞에서 흔들리는 심리도 변수다.

한 가지 간과하기 쉬운 부분이 있다. DC형으로 전환하면 한 번에 목돈이 내 계좌로 들어온다. 이 돈을 어떻게 굴릴지 막막해지는 심리적 압박감이다.

퇴직금이 억 단위로 계좌에 딱 잡히는 순간, 평소에 ETF 투자를 잘해왔던 사람도 선뜻 투자 버튼을 누르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건 투자 실력의 문제라기보다는 금액 자체의 무게감에서 오는 심리적 브레이크다. 그래서 거치식으로 한 번에 넣을지, 분할해서 나눠 넣을지도 중요한 고민 중 하나가 된다.

어느 방식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고, 시장 상황과 개인의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미국 지수 ETF 하나면 충분하다는 시각도 있다.

DC형 퇴직금 계좌에서 무엇을 살지 고민이 된다면, 사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QQQ(나스닥 100 추종 ETF)를 기준으로 보면, 최근 5년 평균 수익률은 약 19%, 10년 평균은 17%, 20년 평균은 15% 수준이다.

단순하게 미국 지수 ETF를 매수하고 장기 보유하는 방식만으로도 DB형의 연봉 상승 효과를 충분히 뛰어넘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중간에 하락장이 올 수 있고, 심리적으로 버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래서 단순히 수익률이 좋다고 DC가 무조건 정답은 아니다. 하락장에서 흔들리지 않고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멘탈이 함께 따라와야 한다.

결국 이 두 가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딱 두 가지만 체크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첫째, 앞으로 내 연봉 상승률이 5%를 넘을 수 있는가. 승진 기회가 남아 있거나 연차 상승에 따른 급여 인상이 충분하다면 DB형을 유지하는 편이 안정적이다.

둘째, 연 5% 이상의 수익을 꾸준히 낼 자신이 있는가. 이미 지수 ETF나 연금 계좌로 투자 경험을 쌓은 상태이고, 장기 보유 원칙을 지킬 수 있다면 DC형 전환을 진지하게 검토할 만하다.

퇴직금은 한 번 전환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 감으로 결정하기보다는 현재 연봉 구조와 남은 재직 기간, 그리고 본인의 투자 성향을 냉정하게 따져본 뒤에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퇴직까지 13년이 남아 있고, 연봉 인상이 크지 않으며, 이미 ETF 투자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DC형 전환이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건 전환 자체가 아니라, 전환 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굴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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