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로 건너뛰기

은퇴하고 나서야 알았다. 건강보험료가 이렇게 무서운 줄!

  • 기준

직장 다닐 때는 건강보험료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월급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는 돈이었고, 게다가 절반은 회사가 내줬으니까…

그냥 당연히 있는 것, 공기처럼 여겼다.

그런데 은퇴를 앞두거나 막 은퇴한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건강보험료가 제일 무섭더라는 것이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은 건강보험료를 소득 기준으로만 낸다.

집이 몇 채든, 통장에 돈이 얼마가 쌓여 있든 상관없다. 그리고 그 금액의 절반은 회사가 대신 부담해준다.

사실 직장인 입장에서는 꽤 유리한 구조다.

그런데 은퇴하고 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크게 두 가지 상황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직장에 다니는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건강보험료를 한 푼도 안 낸다. 예전에는 연간 소득이 3,400만 원 이하이면 피부양자로 인정이 됐다. 노후에 연금을 조금 받으면서 자녀 피부양자로 지내는 것, 많은 분들이 꿈꾸던 방식이었다.

두 번째는 피부양자 자격이 안 되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까지 합산해서 건보료를 계산한다. 집 한 채만 있어도 그게 건보료 산정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예전에는 연 소득 3,400만 원까지는 피부양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기준이 2,000만 원으로 내려왔다. 거의 40% 가까이 줄어든 것이다.

연 2,000만 원이면 월로 환산하면 약 167만 원 정도다.

공무원 연금이나 군인 연금, 사학 연금은 말할 것도 없고, 국민연금도 이 금액 이상 받는 분들은 피부양자에서 탈락하게 됐다. 국민연금을 열심히 납부해서 나름 넉넉하게 받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그게 발목을 잡는 셈이 된 것이다.

탈락하고 나면 지역가입자로 매달 10만 원에서 20만 원, 재산이 어느 정도 있는 분들은 30만 원 이상도 건보료로 나간다.

여기에 65세가 되면 받을 수 있는 기초연금도 소득이 많다는 이유로 탈락하는 경우가 생긴다.

결국 국민연금을 조금 덜 받는 사람보다, 조금 더 받는 사람이 건보료와 기초연금 탈락을 합산하면 오히려 실수령액이 월 40만~50만 원 가까이 적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열심히 준비한 노후가 제도의 구조 때문에 역전되는 기묘한 상황이다.

사실 건강보험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제로섬 구조다. 누군가 덜 내면, 다른 누군가가 더 낸다. 전체 재정은 고정돼 있으니까…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인구 구조에 있다.

예전에는 경제활동을 하는 젊은 사람이 많고 노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그러니 보험료 부담이 나눠지는 규모가 컸다.

지금은 반대다. 노인 인구는 빠르게 늘어나고, 경제활동 인구는 줄어들고 있다.

올해만 해도 1학년 신입생을 한 명도 받지 못한 초등학교가 적지 않게 나왔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노인이 늘어날수록 병원 의료비는 늘어나고, 그 비용을 건강보험이 감당해야 하니 재정 압박은 심해진다.

건보료 기준을 강화한 것도, 앞으로 2~3년 안에 건보재정 적자가 올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그렇다면 뭔가 잘못된 건 없을까?

물론 구조적인 어쩔 수 없음이 있다고 해서, 현재 제도가 완전히 공평하다는 말은 아니다.

지금의 건강보험 구조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불균형이 있다. 직장가입자는 직장 외 소득이 2,000만 원까지는 건보료가 추가로 붙지 않는다.

반면 지역가입자인 은퇴자들은 금융 소득이 1000만 원만 넘어도 바로 건보료가 붙는다.

은퇴 후 금융 소득이 주 수입원이 될 수 있는 분들에게 이건 상당히 가혹한 구조다.

또 재산이 많은 분들이 법인을 만들거나 직원을 고용해 직장가입자로 등록하면, 그 많은 재산에 대해 건보료를 피할 수 있다.

열심히 모은 재산을 성실하게 신고하며 지역가입자로 내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부담하는 상황이다.

화폐 가치는 계속 떨어지는데 피부양자 기준 소득이 낮아지는 것도, 현실 반영이 제대로 안 된 것이라는 비판은 타당하다고 본다.

이미 은퇴했거나 곧 은퇴를 앞둔 분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방법들이 있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작은 규모라도 재취업을 하는 것이다.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하면 4대 보험 문제가 해결되고, 건보료 부담이 줄어든다. 월급이 많지 않아도, 직장가입자라는 자격 자체가 의미 있는 셈이다.

또 퇴직 전에 미리 자산 구조를 점검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건보료 산정에 잡히지 않는 비과세 상품이나 절세 상품을 활용하면 지역가입자로 전환됐을 때 내는 건보료를 줄일 수 있다.

해외 체류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3개월 이상 국외에 체류하면 건보료가 면제되는 제도가 있어서, 요즘처럼 한 달 살기가 유행하는 시대에 기간을 좀 늘리는 방식으로 활용하는 분들도 있다.

사적연금의 경우, 지금 당장은 건보료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정부가 장기 가입을 장려하면서 세제 혜택을 줬던 만큼, 이걸 뒤집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이 모든 이야기의 끝에서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다. 오래 사는 것이 모두에게 축복이 되는 세상이 맞느냐는 것이다.

노후를 나름 열심히 준비했어도, 나이 들수록 몸은 아파지고 의료비는 늘어난다.

노후 자금이 바닥나면 자식에게 손 내밀기도 미안하다.

요양병원에서 수년씩 누워 지내다 가는 모습이 늘어나는 현실에서, 평균 수명이 늘어났다는 것을 마냥 기쁜 소식으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오래 살고 싶은 마음을 비난할 수는 없다. 다만 오래 사는 것이 고통이 아닌 품위 있는 삶이 될 수 있도록, 개인의 준비와 사회적 제도가 함께 맞물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장 건강보험료 하나의 문제만 봐도, 준비 없이 맞닥뜨리면 꽤 당황스러운 현실이 펼쳐진다.

은퇴를 앞두고 있다면, 나중에 몰랐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지금부터 조금씩 공부해두는 게 좋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