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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 20억에 자가까지 있는데 왜 은퇴가 불안할까?

  • 기준

집 한 채가 있고 현금으로 20억 원까지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은퇴를 걱정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은 고개를 갸웃할 것 같다.

“그 정도면 당장 일을 그만둬도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먼저 드는 게 자연스럽다.

나 역시 처음에는 비슷하게 생각했다. 은퇴 걱정은 돈이 부족한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금 깊게 들여다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든다.

20억은 분명 큰돈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부자 보고서를 보면 금융자산이 10억 원 이상인 사람은 전체 인구에서 1%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집을 제외하고 현금과 금융자산만 20억 원을 가지고 있다면 분명 흔한 경우는 아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돈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신의 자산을 굳이 주변에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내 주변에 20억 가진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실제로 없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인터넷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자산 이야기도 그대로 믿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건 그 20억이 어떻게 만들어졌느냐일지도 모른다.

돈을 많이 모은 사람일수록 더 걱정할 수도 있다.

20억이라는 돈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경우는 많지 않다. 오랫동안 일하고, 아끼고, 투자하면서 조금씩 모은 돈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어렵게 모은 사람일수록 돈을 쉽게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오히려 돈을 꼼꼼하게 관리하고 걱정하는 성격이 20억을 만든 힘이었을 수도 있다.

또 사람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가진 돈을 기준으로 생각하게 된다. 20억을 모으면 그 안에서 노후 자금, 자녀 지원금, 병원비 등을 미리 나눠놓는다. 그러다 자산이 15억 정도로 줄어들면 남이 보기에는 여전히 큰돈인데도 본인은 불안해질 수 있다.

결국 중요한 건 절대적인 금액만이 아니라 내가 그 돈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인 것 같다.

은퇴하면 생각보다 나가는 돈도 많다.

은퇴해서 월급이 끊기면 생활비만 생각할 수는 없다. 집을 가지고 있으면 재산세 같은 세금도 내야 하고, 금융자산에서 이자나 배당이 많이 나오면 세금 부담도 생길 수 있다. 건강보험료 역시 자산과 소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20억을 예금에 넣어 연 3% 정도의 수익을 얻는다고 가정하면 1년에 6천만 원이다. 하지만 여기서 세금 등을 빼면 실제로 손에 들어오는 돈은 더 줄어든다.

게다가 1년에 1억 원씩 생활비로 쓴다고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 20년이면 20억이 사라진다. 물론 실제로는 투자 수익도 생기고 나이가 들수록 지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 단순한 계산만 봐도 “20억이면 무조건 평생 충분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가장 큰 고민은 가족일 수도 있다.

은퇴를 앞둔 사람에게 돈 걱정의 상당 부분은 정작 본인보다 가족에게서 생길 수도 있다.

자녀가 있다면 교육비부터 대학 등록금, 결혼까지 생각할 수밖에 없다. 부모님을 챙겨야 하는 상황까지 겹치면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어간다.

특히 부모 마음이라는 게 그렇다. 내가 조금 더 여유가 있다면 자식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싶고, 힘들어하는 자녀를 그냥 보고 있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래서 가진 돈이 많다고 해서 그 돈이 온전히 나를 위한 노후 자금이 되는 것은 아닐 것 같다.

같은 20억이라도 은퇴 생활은 완전히 다르다.

은퇴에 필요한 돈은 얼마를 가지고 있느냐보다 어떻게 살 것이냐에 더 가까운 문제라고 생각한다.

혼자 사는 사람과 가족이 많은 사람의 생활비가 같을 수 없고, 1년에 5천만 원 쓰는 사람과 1억 원 쓰는 사람의 은퇴 자금도 당연히 다르다.

20억을 가지고 검소하게 생활한다면 충분할 수도 있다. 반대로 20억이 있어도 비싼 집에 살고, 여행을 자주 다니고, 자녀에게 계속 큰돈을 지원한다면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여기에 투자 방법까지 달라지면 결과는 또 달라진다. 미국 대표 지수에 투자하거나 배당을 주는 ETF를 활용해 꾸준한 현금 흐름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다만 어떤 투자든 수익이 항상 보장되는 것은 아니고, 상품마다 단점도 있기 때문에 내 상황에 맞는지 먼저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돈이 충분해도 은퇴가 쉬운 건 아니다.

은퇴를 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돈보다 시간이 더 어려울 때가 있다고 한다.

매일 출근하던 사람이 갑자기 할 일이 없어지면 생각보다 허전할 수 있다. 사람을 만날 기회도 줄어들고, 하루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돈이 충분한데도 계속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 일을 해서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일 자체가 생활의 일부이고 삶의 활력이라고 느끼기 때문이다.

은퇴 걱정은 돈의 많고 적음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다.

돈이 적은 사람은 “은퇴 후 돈이 부족하면 어떡하지”를 걱정하고, 돈이 많은 사람은 “이 돈을 잘 지키면서 오래 쓸 수 있을까”를 걱정한다. 여기에 건강, 가족, 인간관계, 남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은퇴는 단순히 통장 잔고 하나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현금 20억과 집 한 채가 있다면 분명 경제적으로 상당히 여유 있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은퇴 걱정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언제까지 살지 모르고, 언제 큰돈이 필요할지도 모르며, 자녀에게 어떤 일이 생길지도 알 수 없다. 그래서 가진 돈이 많아도 불안할 수 있다.

다만 남의 자산을 기준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는 건 분명하다. 10억이 있으면 20억이 부럽고, 20억이 있으면 50억이 눈에 들어올 수 있다.

내가 1년에 얼마를 쓰는지, 몇 살까지 일하고 싶은지, 누구를 책임져야 하는지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본다.

그렇게 따져보면 누군가에게는 20억이 충분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생각보다 부족할 수도 있다.

은퇴에 필요한 돈은 통장에 찍힌 숫자보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따라 달라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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