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료를 줄이는 방법…
평소에 은퇴를 앞둔 지인들이 지역가입자로 바뀌면 보험료가 얼마나 뛰어오를까 걱정하는 소리를 자주 들렸던 터라 눈에 쏙 들어올 수밖에 없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임의계속가입제도다.
직장에 다닐 때는 회사에서 절반을 내주니까 부담이 적지만, 퇴직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순간 집이나 차 같은 재산과 다른 소득이 한꺼번에 합산되면서 보험료가 확 뛰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이 제도를 활용하면 최대 3년(36개월) 동안은 퇴직 직전 직장에서 내던 보험료 그대로 낼 수 있다.
다만 알아서 적용되는 게 아니라 지역보험료 고지서를 처음 받은 날부터 2개월 안에 직접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해야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기한을 놓치면 신청 자격이 사라지니 퇴직을 앞두고 있다면 달력에 꼭 표시해두는 게 좋다.
가족의 피부양자로 들어가는 방법도 유용해 보인다.
배우자나 자녀가 직장에 다니고 있다면 소득과 재산 조건이 맞을 때 보험료를 아예 0원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조건이 꽤 깐깐하다. 재산세 계산 기준이 되는 값(과세표준)이 9억 원을 넘으면 안 되고, 연간 소득이 1,000만 원을 초과하면 재산 기준이 5.4억 원으로 훨씬 엄격해진다.
게다가 연간 버는 돈(종합소득)이 2,000만 원을 넘으면 피부양자 자격이 바로 사라진다. 그래서 퇴직 전 미리 나와 가족의 재산과 소득을 계산해보고 이 기준을 넘지 않도록 관리해두는 게 중요하다.
퇴직 직후 처리 타이밍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퇴직하면 자동으로 지역가입자로 넘어가는데, 지역보험료 고지서가 나오기 전에 서둘러 피부양자 등록 신청을 마쳐야 끊김 없이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며칠 늦어져서 지역보험료 고지서가 한번이라도 나와버리면 그만큼 불필요하게 생돈이 나가는 셈이니 퇴직 시점부터 빠르게 준비하는 게 좋다.
직장에 다니는 동안에도 챙길 게 있다.
식대(월 최대 20만 원), 자녀보육수당(월 최대 20만 원), 운전보조금처럼 세금을 안 매기는 비과세 수당은 건보료를 계산할 때 소득에서 아예 빠진다. 급여 명세서를 다시 살피고 회사와 상의해서 비과세 항목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게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은퇴 후 지역가입자가 됐다면 소득 항목 하나하나가 보험료에 바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떤 돈을 먼저 꺼내 쓸지 순서를 잘 정해야 한다.
여기서 흥미로웠던 건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차이였다. 국민연금 같은 공적연금은 받는 돈의 절반이 건보료 계산 소득으로 그대로 잡히는 반면, 연금저축이나 IRP 같은 사적연금으로 받는 돈은 아예 건보료 소득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니 은퇴 후 생활비가 부족할 때는 사적연금을 먼저 헐어 쓰는 편이 보험료 측면에서 유리하다. 국민연금도 받는 시기를 앞당기거나 뒤로 미뤄서 연간 수령액을 조절하면 피부양자 탈락 기준인 연 소득 2,000만 원을 넘지 않게 관리할 수 있다.
이자나 배당 같은 금융소득도 마찬가지다.
연 1,000만 원을 넘기는 순간 초과분만이 아니라 번 돈 전체가 건보료 소득으로 잡혀버린다. 그래서 예금 만기 시점을 나누거나 명의를 분산해서 연간 금융소득이 1,000만 원 문턱을 넘지 않게 만드는 게 절세의 기본이다.
집을 빌려주고 받는 임대소득이 있다면 연 2,000만 원 이하일 때 분리과세를 선택하고, 필요한 경비나 기본 공제를 알뜰하게 챙겨 소득 금액 자체를 낮추는 게 이득이다.
사업을 하다가 소득이 줄었거나 문을 닫았다면 11월 정기 정산 시기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소득이 줄었다는 증명서나 폐업사실증명원을 공단에 제출하면 즉시 낮아진 소득 기준으로 재조정받을 수 있다.
지역가입자에게는 재산도 보험료를 매기는 큰 축이다.
집이 없거나 1주택자인 상태에서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자금대출을 받았다면 주택금융부채 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재산 평가액에서 대출금만큼을 빼주기 때문에 재산에 매겨지는 보험료가 줄어든다. 대출이 있는데 이 제도를 놓치고 있었다면 꼭 확인해볼 만하다.
집값이 떨어져서 재산세 기준이 낮아졌거나 집을 팔았다면 다음 정산 시기까지 기다리지 말고 등기부등본 같은 증빙을 제출해 재산 변동 정산을 신청하면 인하된 금액이 바로 반영된다.
부부 공동명의로 재산을 나누는 것도 방법이다.
1인당 재산세 기준을 9억 원(소득이 있다면 5.4억 원) 이하로 유지하면 피부양자 자격을 지킬 수 있고, 임대소득이나 집을 팔 때 나오는 소득도 나뉘어 소득 보험료 부담이 낮아진다. 다만 부부가 이미 둘 다 지역가입자로 묶여 있는 같은 세대라면 이 방법으로 재산 보험료가 줄어드는 효과는 없다는 점을 헷갈리지 않아야 한다.
세대를 분리하는 것도 흥미로운 접근이다. 지역가입자의 재산 기본 공제는 세대당 1억 원인데, 소득과 재산이 있는 성인 자녀가 실제로 독립해서 세대를 나누면 각 세대가 1억 원씩 공제를 따로 받아 전체 합산 보험료가 줄어들기도 한다. 물론 서류상으로만 나누는 게 아니라 실제 독립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전월세로 살 때는 보증금이나 월세의 30%가 재산으로 잡히지만, 여기에도 1억 원 기본 공제가 똑같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전세보증금이 3억 3,300만 원 이하라면 재산 보험료가 아예 0원이 된다. 계약이 끝나거나 보증금이 줄었을 때 공단 전산에 제대로 반영됐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예전 높은 금액 기준으로 계속 부과될 수 있으니 꼭 챙겨봐야 한다.
시골이나 농어촌 지역에 살면서 농어업에 종사한다면 거주 경감과 농어업인 지원을 합쳐 최대 50%까지 보험료를 깎아준다.
65세 이상 어르신만 사는 세대, 장애인, 한부모 가족, 55세 이상 여성 단독세대 등도 소득과 재산 기준(연 소득 360만 원 이하, 재산 과표 1억 3,500만 원 이하)을 맞추면 10%에서 3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자동이체나 전자고지를 신청하면 매달 소액(200원~1,000원)이지만 보험료를 아낄 수 있고, 이중으로 냈거나 재산·소득 변동이 제때 반영되지 않아 더 낸 돈이 없는지 공단 홈페이지나 앱에서 환급금을 조회해보는 것도 필수다.
개인사업자라 지역보험료 부담이 유독 크다면
직원을 1명 이상 채용해 사업장을 직장가입 적용 사업장으로 바꾸고 대표 본인도 직장가입자로 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임대소득이 크다면 임대법인을 차려 오피스텔을 매입하고 법인으로 운영해 직장가입자가 되는 법도 오가는데, 실제로는 법인 운영비나 월급 수준에 따라 손익이 다르므로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신중해야 한다.
퇴직 후 최저임금 수준으로 1년(18개월 중 12개월 이상) 정도 다른 회사에 취업해 직장보험료 자체를 확 낮춰놓은 다음, 그 상태로 3년 동안 임의계속가입을 이어가는 응용법도 참고할 만하다.
결국 핵심은 내가 지금 어떤 유형(직장가입자, 피부양자, 지역가입자)에 속해 있고, 내 소득과 재산이 어떻게 잡히고 있는지를 정확히 아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여러 가지 내용이지만 크게 보면 소득 관리, 재산 관리, 명의와 세대 관리, 그리고 감면 신청이라는 몇 가지 틀로 명확히 묶인다. 당장 모든 걸 적용할 수는 없어도 내 상황에 맞는 한두 가지만 제대로 챙겨도 매달 나가는 보험료를 꽤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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