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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뒤 100배 종목 찾는 대신 S&P500 장기투자가 나은 이유

  • 기준

주식을 오래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한다. 딱 한 종목만 제대로 알면 인생이 바뀔 텐데…

단타로 열 달 동안 400만 원 정도를 벌었지만 차트 보느라 들인 시간과 신경을 생각하면 남는 게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이제는 매달 조금씩 넣어두고 20년 뒤에 100배쯤 불어나 있을 종목 하나만 누가 콕 집어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이 마음, 솔직히 나도 이해가 된다.

단타는 정말 사람을 지치게 한다. 하루 종일 호가창을 보고 있으면 돈은 조금 벌어도 일상이 무너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니 이제 길게 가겠다는 결심 자체는 아주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이다.

긴 투자를 결심해 놓고, 정작 방법은 귀인이 찍어주는 한 종목을 기다리는 쪽으로 가버렸다는 점이다.

과거의 대박은 지나고 나서야 보인다.

예전 이야기를 꺼내면 늘 그럴듯한 숫자가 따라온다. 수십 년 전 강남 땅을 샀다면 몇만 배가 되었을 거라든지, 삼성전자를 처음부터 들고 있었다면 몇천 배가 되었을 거라든지 하는 이야기다.

다만 이런 숫자들은 기준 연도나 계산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데다, 삼성전자는 1975년에야 상장했기 때문에 그보다 앞선 시점부터 따지는 계산은 애초에 맞지 않는다. 대충 엄청 올랐다는 느낌으로만 받아들이는 게 맞다.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그 시절 강남은 논밭이었고, 삼성전자는 지금처럼 세계적인 회사가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하던 회사였다. 결과를 아는 지금 보니까 당연해 보이는 것뿐이지, 그때 그걸 확신하고 전 재산을 넣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100배 오른 종목은 분명 세상에 많다. 하지만 그걸 미리 골라낼 수 있는 사람은 사실상 없다는 것, 이게 핵심이라고 본다.

귀인을 찾는 순간 위험해진다.

간절하게 귀인을 찾으면 정말로 누군가 나타나긴 한다. 문제는 그 사람이 대부분 사기꾼이라는 점이다.

제가 찍어드리는 종목, 손해 나면 보상해 드립니다 같은 말로 다가오는 리딩방이나 투자 권유는 늘 이런 간절함을 먹고 자란다. 그렇게 꼬여서 모아둔 돈을 전부 잃었다는 사례는 조금만 찾아봐도 넘쳐난다.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정말 20년 뒤 100배 오를 종목을 확실히 아는 사람이 있다면, 굳이 남에게 알려줄 이유가 없다.

혼자 조용히 사면 되니까. 워런 버핏이나 피터 린치 같은 사람들도 이 종목이 20년 뒤 100배 됩니다라고 장담한 적은 없다. 투자의 고수일수록 오히려 모른다는 걸 인정하는 데서 출발하더라.

재미있는 건, 이 질문에 대해 여러 사람이 비슷한 답을 내놓는다는 점이다. 개별 종목 하나에 거는 대신 미국 S&P500이나 나스닥100 같은 지수에 꾸준히 나눠서 사라는 거다. 그리고 가능하면 연금저축이나 ISA처럼 세금 혜택이 있는 계좌를 활용하라는 이야기도 함께 나온다.

워런 버핏도 2013년 주주 서한에서 자신이 세상을 떠난 뒤 아내에게 남길 돈의 90%는 저비용 S&P500 인덱스펀드에, 나머지 10%는 단기 국채에 넣으라고 적어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종목 고르기 선수가 정작 가족에게는 종목을 고르지 말라고 한 셈이다. 나는 이 대목이 이번 이야기의 가장 큰 반전이라고 생각한다.

S&P500은 미국을 대표하는 큰 기업 500곳을 한 바구니에 담아둔 것이다.

이 안에서 잘 안 되는 회사는 빠지고, 새로 커가는 회사는 들어온다. 즉, 내가 직접 다음 삼성전자를 찾지 않아도 지수가 알아서 그 역할을 대신해 주는 구조다.

우리가 원하는 20년 뒤 대박 종목이 그 안에 들어 있을 가능성이 높은데, 굳이 하나를 골라 맞히려고 애쓸 필요가 없는 거다. 다만 지수도 몇 년씩 크게 떨어질 때가 있고, 20년 뒤 100배가 된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는 점은 꼭 알고 시작해야 한다.

100배 대신 현실적인 기대치로…

우주, 양자컴퓨터, 로봇처럼 미래가 기대되는 분야에 돈을 묻어두고 싶은 마음도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분야는 당장 수익이 거의 나지 않을 수 있고, 어느 회사가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전 재산을 넣고 마냥 기다리기엔 너무 불안하다. 그래서 여러 곳에 나눠 담는 분산투자로 돌아오게 된다.

누군가는 100배까진 아니어도 5년에 두 배만 돼도 좋겠다고 말한다. 오히려 이쪽이 훨씬 건강한 기대치라고 본다.

반쯤 농담으로 그럴 바엔 매주 로또를 20년 사는 게 낫다는 말도 있던데, 사실 한 방에 100배를 바라는 마음은 로또를 사는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 투자와 도박을 가르는 건 결국 기대하는 수익의 크기가 아니라, 그 수익을 얻는 방식이 아닐까 싶다.

주변을 보면 큰돈을 번 사람들도 대단한 비밀 종목이 있었던 게 아니더라…

대부분은 남들이 다 아는 우량주나 지수를 오랫동안 팔지 않고 버틴 경우였다. 결국 투자에서 귀인은 밖에 있는 누군가가 아니라, 매달 꾸준히 넣고 흔들려도 버티는 자기 자신인지도 모르겠다.

20년이라는 긴 시간을 생각하고 있다면, 이미 절반은 잘하고 있는 거다. 나머지 절반은 정답 종목을 찾는 게 아니라, 꾸준히 나눠 사고 오래 버틸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확신에 차서 한 종목을 찍어준다면, 그때가 가장 의심해야 할 순간이다.

이 글은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한 것이며 특정 종목이나 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니다. 투자에 대한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투자 전 충분히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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