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식을 꾸준히 모아 온 사람이라면 요즘 계좌를 열 때마다 한숨이 나올 수 있다.
미국 증시가 크게 떨어진 것도 아닌데 원화로 표시된 평가금액은 줄어들어 있기 때문이다. 이유를 살펴보면 결국 환율 때문이다.
몇 달 전 환율이 높았을 때는 주가가 그대로여도 평가금액이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환율이 내려가면서 그동안 쌓였던 환차익을 고스란히 돌려준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런 환차손을 어떻게 받아들이는 게 좋을까?
같은 계좌도 달러와 원화로 보면 다르다.
미국 주식을 오래 보유할 생각이라면 달러 기준으로 수익을 살펴보는 것도 방법이다. 달러로 보면 주식 가격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원화로 바꿔 보면 수익이 줄거나 손실로 바뀌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키는 그대로인데 자를 바꿔 재니 작아진 것처럼 보이는 셈이다.
달러 자산을 보유하는 이유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환율이 오르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재산의 일부를 달러로 나눠 보유하려는 목적이라면, 환율이 오를 때도 내릴 때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환율이 낮아지면 앞으로 미국 주식을 살 때 유리할 수 있고, 환율이 높아지면 기존에 보유한 달러 자산의 원화 가치가 커질 수 있다. 다만 환율이 언제 오르고 내릴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알기 어렵다.
앞으로 투자할 사람과 돈을 꺼내 쓸 사람은 다르다.
환율이 떨어졌을 때 느끼는 감정은 앞으로 돈을 더 투자할 수 있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월급이 꾸준히 들어오고 투자할 기간도 많이 남았다면 환율 하락을 달러를 조금 더 싸게 살 기회로 볼 수 있다. 한 번에 큰돈을 환전하기보다 여유 자금이 생길 때마다 나눠서 사는 방법도 있다. 새 돈을 더 넣기 부담스럽다면 받은 배당금으로 조금씩 투자하는 것도 생각해 볼 만하다.
반대로 미국 주식 배당금으로 생활비를 마련하거나, 이미 투자할 수 있는 돈을 대부분 넣어 둔 사람이라면 상황이 다르다. 환율이 내려갈수록 원화로 계산한 자산이 줄어들기 때문에 마음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결국 환차손을 기회로 볼 수 있는지는 사람마다 다르다. 앞으로 더 투자할 돈이 있는지, 언제부터 투자금을 생활비로 사용해야 하는지부터 따져보는 게 중요하다.
팔지 않았다면 아직 확정된 손실은 아니다.
환율 하락으로 평가금액이 줄었다고 해도 당장 달러를 원화로 바꿀 계획이 없다면 서둘러 대응할 필요는 없다. 주식을 팔고 원화로 환전하는 시점에 실제 손익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팔지 않았다고 해서 손실 가능성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주가가 떨어질 수도 있고 환율이 더 내려갈 수도 있다. 따라서 무조건 버티기보다는 당장 사용할 원화가 얼마나 필요한지 먼저 살펴보는 게 현실적이다.
특히 은퇴했거나 투자금으로 생활비를 마련해야 한다면 원화 현금을 일정 부분 남겨 두는 편이 도움이 된다. 급하게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주식이나 달러를 불리한 시점에 팔아야 하는 상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 증시가 떨어질 때 환율이 오르는 경우도 있어 두 변화가 서로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반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므로 환율이 주가 하락을 막아 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환차손을 세금 줄이는 데 활용할 수도 있다.
환차손이 항상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해외주식 양도소득세를 계산할 때 손실을 활용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해외주식은 매수할 때와 매도할 때의 가격을 각각 원화로 환산해 손익을 계산한다. 따라서 주가가 크게 변하지 않았더라도 환율이 내려가면 원화 기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올해 수익이 난 해외주식이 있다면 손실이 발생한 다른 해외주식을 매도해 전체 과세 대상 이익을 줄이는 방법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손실을 확정하려면 실제 매도가 필요하고, 세금을 줄이려다가 장기 보유할 자산을 성급하게 팔지는 않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해외주식 양도차익은 한 해 250만 원까지 기본공제를 받을 수 있고, 이를 초과하는 금액에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손실은 다음 해로 넘겨 공제받을 수 없으므로 같은 해에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함께 따져봐야 한다.
국내에 상장된 해외 ETF는 세금 계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주식과 손익을 단순히 합산할 수 없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실제 세금은 상품 종류와 거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신고 전에는 증권사나 세무 전문가에게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환율이 떨어졌다고 무조건 좋은 기회는 아니다.
환율 하락을 달러를 싸게 살 기회라고 생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원화 강세가 예상보다 오래 이어질 수도 있다. 환율이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지금이 바닥이라고 단정하고 한꺼번에 환전하는 것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환율을 정확히 맞히려고 하기보다 미리 정한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 언제 사용할 돈인지, 앞으로 얼마나 더 투자할 수 있는지, 원화 현금은 얼마나 남겨 둘지를 먼저 정해 두는 것이다.

주가는 올랐는데 환율 때문에 계좌가 마이너스로 보인다면 달러 기준 수익도 함께 살펴볼 만하다. 때로는 투자 앱을 지나치게 자주 확인하지 않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환차손은 누군가에게는 버텨야 하는 시간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달러를 더 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환율을 무조건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낙관하기보다 자신의 자금 상황에 맞춰 대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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