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준비를 하다 보면 다들 비슷한 벽에 부딪히는 것 같다.
바로 건강보험료 문제다.
소득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골치가 아픈 게 이 건보료이다.
은퇴 후 모아둔 자산에서 나오는 돈으로 생활하려 할 때 가장 먼저 마주치는 딜레마가 있다.
예컨대 월 500만 원 정도 배당을 받아 생활하려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 정도 금액이면 세금이 붙는 이자나 배당소득이 많아져서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이 되기 쉽고, 부모나 자녀 밑으로 들어가 보험료를 안 내던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에서도 떨어질 확률이 크다.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바뀌면 버는 소득뿐만 아니라 가지고 있는 집이나 자동차 같은 재산까지 다 계산해서 보험료를 매기기 때문에 부담이 확 늘어난다.
돈을 많이 벌어서 기분 좋은 게 아니라, 단순히 생활비로 쓰려고 소득을 만든 건데 세금에 건보료까지 껑충 뛰어버리니 정작 손에 쥐는 돈은 얼마 안 되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자녀 교육비나 부모님 모시는 비용까지 나가는 시기라면 이런 구조가 훨씬 더 답답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방법들을 둘러보니 크게 몇 가지 흐름이 보였다.
가장 속 편한 건 계산하고 머리 싸맬 시간에 그냥 제값 다 내고 마음 편히 사는 것이다.
어느 정도 자산에 여유가 있다면 머리 아픈 신경전 대신 편안함을 택하는 것도 합리적일 수 있다. 반대로 소득을 일부러 낮추는 방법도 있다.
1인 회사를 차려 최저임금만 받거나 소소하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직장가입자 자격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건 자산이 수십억 단위로 아주 크지 않다면 회사 운영비나 행정 절차가 더 번거로워서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기 쉽다는 의견이 많았다.
가장 현실적이고 많이 쓰이는 건 계좌 구조를 바꾸는 전략이다.
ISA나 IRP, 연금저축펀드 같은 절세계좌는 현재 건보료를 계산할 때 빠지는 경우가 많다.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을 연금으로 차곡차곡 받아쓰면 건보료 부담을 피하기 쉬우니, 일반 계좌 비중을 줄이고 이런 절세계좌로 자산을 몰아주는 것이다.
국민연금 받는 시기나 금액을 조절하는 수도 있다. 부분연기연금 제도를 활용해 몇 년 동안 연금의 절반만 받으면서 피부양자 자격을 조금 더 유지하는 식이다.
해외주식 양도소득처럼 건보료에 영향을 주지 않는 상품이나, 표면금리가 낮은 채권, 비과세 성격이 섞인 커버드콜 상품으로 갈아타는 방법도 거론된다. 물론 이런 상품들은 세금에서 이득을 보는 대신 수익률이 떨어지거나 필요할 때 돈을 빼쓰기 어려울 수 있다는 장단점이 있다.
결국 모아둔 자산 규모에 따라 쓸 수 있는 카드가 갈린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순자산이 10억 원 안팎이라면 절세계좌를 알뜰히 활용하고 명의를 나누거나 국민연금 받는 시점을 조절해서 피부양자 자격을 한동안 지켜내는 게 현실적이다.
반면 자산이 훨씬 크거나 매달 꼭 써야 하는 생활비 자체가 커서 소득을 줄이기 힘들다면, 복잡한 편법을 쓰기보다 지역가입자로 깔끔하게 내는 쪽을 받아들이는 게 낫다.
은퇴 설계는 단순히 수익률을 높이는 싸움이 아니라, 세금과 건보료를 다 떼고 내 손에 실제로 들어오는 진짜 돈을 어떻게 만드느냐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자산을 늘리는 공부와 그걸 어떤 계좌에 담아서 어떻게 꺼내 쓸지 고민하는 공부는 차원이 다른 영역이다. 은퇴가 가까워질수록 인출 전략과 계좌 배치가 중요해진다.
은퇴 직전에 부랴부랴 바꾸려고 하면 손댈 수 있는 방법이 별로 없으니 미리 판을 짜둬야 한다.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기보다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모의계산기를 먼저 돌려보는 게 좋은 시작이 될 것 같다.
내 자산과 예상 소득을 넣어보고 실제로 나올 금액을 확인해보면 은퇴 준비의 윤곽이 훨씬 또렷하게 잡힐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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