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만에 만난 선배가 은퇴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건강보험 얘길 꺼냈다.
퇴직하면 매달 나오던 월급도 끊기는데 건강보험료까지 새로 나온다니 얼마나 낼지 감도 안 잡힌다는 하소연이었다.
듣다 보니 이건 은퇴를 앞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고민이다.
가장 먼저 살펴볼 건 자녀나 배우자가 직장을 다니고 있을 때 그 밑으로 들어가는 피부양자 등록이다.
여기서 은근히 놓치기 쉬운 게 소득과 재산 조건 둘 다 맞아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하나만 맞춰서는 안 된다.
소득은 월급, 사업으로 번 돈, 연금, 이자나 배당 같은 금융소득, 그리고 기타소득을 싹 합쳐서 한 해 2천만 원을 넘으면 안 된다.
게다가 사업자등록증이 있다면 벌어들인 돈이 아예 없어야 하고, 등록증이 없더라도 연 500만 원은 넘지 않아야 한다.
특히 집을 임대해서 얻는 소득은 등록 여부와 상관없이 곧바로 자격이 빠져나가니 주의해야 한다.
다행히 개인적으로 든 사적연금이나 퇴직금, 부동산을 팔아 생긴 양도소득은 이 합산에서 빠진다.
또 부부 중 한 사람만 요건을 벗어나도 둘 다 함께 탈락하는 구조라 꼭 부부가 같이 챙겨야 한다.
재산은 세금 매기는 기준 금액인 과세표준이 5억 4천만 원 이하이거나, 9억 원 이하이면서 연 소득이 1천만 원 이하면 통과할 수 있다. 이 기준 금액은 집값 시세보다 훨씬 낮게 잡히니 부담을 조금 덜 수 있다.
만약 피부양자가 되지 못하면 지역가입자로 바뀌는데, 이때부터는 소득에 재산과 장기요양보험료까지 더해져서 계산된다.
소득은 연금이나 근로소득의 경우 절반에 대해서만 보험료가 붙고, 금융소득은 연 1천만 원을 넘는 순간 전체 금액에 대해 부과된다.
연 소득이 336만 원 이하면 최저 수준만 내지만, 넘어가면 소득의 7.19% 정도를 낸다. 재산은 집이나 토지뿐만 아니라 전월세 보증금까지 포함되는데, 보증금은 30%만 평가하고 1억 원을 기본으로 빼준 뒤 등급을 나눠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세금 기준 재산이 5억 원이면 월 15만 원대, 10억 원이면 20만 원대 초반 정도 나온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건강보험료의 13% 정도 되는 장기요양보험료까지 얹어지다 보니, 체감상 번 돈의 8% 가까이가 건강보험 관련 지출로 나가는 셈이다.

이렇게 늘어난 보험료가 부담스럽다면 임의계속가입 제도에 눈을 돌려볼 만하다.
퇴직 후 지역가입자로 바뀌면서 재산 때문에 보험료가 확 뛰는 걸 막아주는데, 최대 3년 동안 직장 다닐 때 내던 수준으로 내게 해준다.
퇴직 전 1년 6개월 동안 직장 보험을 합산해 1년 이상 유지했다면 신청할 수 있고, 퇴직 후 첫 지역 보험료 고지서를 받은 날부터 2달 안에 신청해야 기한을 놓치지 않는다.
보험료는 퇴직 전 1년 동안 받던 평균 월급을 기준으로 계산된 보험료의 딱 절반만 내면 된다. 다만 은퇴 후에도 다른 소득이 꽤 있다면 추가 보험료가 붙을 수 있다는 점은 미리 계산해두는 게 좋다.

정리하다 보니 결국 순서가 눈에 보인다.
우선 가족 밑으로 들어가는 피부양자 조건이 되는지 소득과 재산을 먼저 따져보고, 안 된다면 지역가입자로 얼마가 나올지 가늠해본 뒤, 그 금액이 너무 크다면 임의계속가입으로 3년 동안 숨통을 트는 게 유리한지 비교해보는 흐름이다.
재산 때문에 소득이 별로 없어도 피부양자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흔하고, 임의계속가입이 무조건 답은 아닐 수 있으니 은퇴 전에 미리 계산해보고 대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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