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냐, 배당주냐?
백테스트 결과다. “봐봐, 데이터 돌려보면 성장주가 이겼잖아”라는 식…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이 비교 자체가 처음부터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잘 오른 주식이 성장주가 된다.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인데, 지금 성장주라고 부르는 주식들은 대부분 이미 많이 오른 주식들이다.
오르지 못했다면 그냥 조용히 가치주나 배당주로 남아 있었을 거다.
5년 전 한국 주식 시장을 떠올려 보면 이게 딱 이해된다.
당시 성장주 얘기가 나오면 가장 자주 등장하던 이름이 셀트리온과 LG생활건강이었다. 그 시절 그 두 종목으로 백테스트를 돌리면? 당연히 웬만한 배당주는 다 졌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그 두 종목을 성장주라고 부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주가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내려앉았으니까…
결국 성장주라는 이름표는 주가가 오른 주식에게만 붙는다는 얘기다.
반대 방향도 똑같이 작동한다.
브로드컴과 마이크로소프트는 한때 대표적인 배당성장주였고 SCHD 같은 배당 ETF에도 당당히 포함돼 있었다.
근데 주가가 너무 올라버리니까 배당률이 자연스럽게 낮아졌고, 결국 SCHD에서도 빠졌다.
성장주가 백테스트에서 항상 이기는 진 짜 이유지금 이 두 종목을 배당주라고 부르는 사람은 없다.
누가 봐도 성장주다.
이게 뭘 의미하는 걸까? 성장주냐 배당주냐는 그 회사의 본질이 아니라, 주가가 얼마나 올랐느냐에 따라 분류가 바뀐다는 거다.
백테스트에서 자주 쓰이는 방법이 있다.
지금 시점의 시가배당률을 기준으로 성장주와 배당주를 나눠서, 과거 수익률을 비교하는 거다.
그런데 이건 논리적으로 말이 안 된다.
예를 들어 메리츠금융지주를 1만 원에 살 때 배당이 750원이었다면, 그 시점에서 이 주식은 꽤 높은 배당률을 가진 배당주였다.
근데 지금 이 주식 가격이 11만 원을 넘어갔고, 배당은 천 원 대로 오히려 상대적으로 낮아 보인다.
그러니까 지금 기준으로 보면 아무도 배당주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 주식을 지금 기준으로 성장주로 분류해서 과거 수익률을 비교에 넣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성장주 팀이 압도적으로 이긴다. 근데 그 주식은 처음 살 때 배당주로 샀던 거다.
지금 잘나가는 주식을 소급해서 성장주로 분류하고 비교하는 건, 처음부터 결론을 정해놓고 하는 비교나 다름없다.
성공하면 성장주, 실패하면 가치주
이 부분이 제일 씁쓸한 지점이다.
주식 시장에는 이런 암묵적인 룰이 있다. 주가가 많이 오르면 성장주, 별로 안 오르면 가치주나 배당주. 즉, 결과에 따라 라벨을 붙이는 구조다.
삼성전자도 마찬가지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삼성전자를 놓고 이건 정유주처럼 시클리컬(경기순환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았다.
어떤 프레임으로 보느냐에 따라 같은 주식이 완전히 다르게 분류됐다.
그러니 백테스트에서 성장주가 이기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긴 주식들을 모아서 팀을 짰으니까…
그렇다면 진짜 기준은 뭐여야 할까?
사실 성장주와 배당주를 가르는 더 본질적인 기준이 있다고 생각한다.
주가가 얼마나 올랐냐가 아니라, 그 회사가 번 돈을 어떻게 쓰느냐다.
벌어들인 돈을 다시 사업에 투자하는 회사가 있고, 주주들한테 돌려주는 데 집중하는 회사가 있다.
전자가 성장주의 방식이고, 후자가 배당주의 방식이다.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처럼 주주환원을 많이 한다는 건 뒤집어 보면 새로운 사업에 투자할 기회가 많지 않다는 신호로 읽힐 수도 있다.
그 관점에서 보면 애플이나 엔비디아처럼 흔히 성장주로 불리는 기업들도 자사주 매입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그 돈을 안으로 쌓아두지 않고 주주에게 돌려주는 거다.
그러니 성장주냐 배당주냐는 이분법으로 딱 잘라 나눌 수 없는 개념이기도 하다.
데이터 얘기를 계속 했는데, 사실 투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하나 더 있다.
바로 사람의 심리다.
백테스트상으로 성장주가 이긴다고 해도, 실제 투자자들이 그 수익을 온전히 가져가느냐는 전혀 다른 문제다.
주가가 반토막 나는 구간에서 버티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
반면 배당이 꼬박꼬박 들어오면 심리적으로 훨씬 버티기 쉽다는 게 배당 투자의 진짜 장점이다.
결국 이론과 실전은 다르다. 데이터가 성장주
손을 들어준다고 해서, 그게 모든 사람에게 맞는 정답은 아니다.
성장주 vs 배당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다.
그런데 그 논쟁을 볼 때마다 한 가지만 기억하면 좋겠다.
지금 잘나가는 주식을 기준으로 과거를 비교하면 성장주가 무조건 이길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진짜 비교를 하려면 그 당시에 성장주로 분류됐던 주식과 그 당시에 배당주로 분류됐던 주식을 놓고 봐야 한다.
그리고 그걸 해보면, 생각보다 결론이 단순하지 않을 거다.
투자에서 정답은 없다.
본인의 성격, 심리적 내성, 투자 기간에 맞는 방식을 고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