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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폭락장에서도 버틸 수 있는 이유

  • 기준

매일 쏟아지는 전쟁 관련 뉴스에 멘탈이 바닥났다는 사람들, 언제 팔아야 하냐고 묻는 사람들, 그냥 다 정리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전쟁이 시작된 지 한 달 가까이 됐고, 그 사이 시장은 주간 단위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이 상황에서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뉴스 뒤에서 조용히 굴러가고 있는 것들…

흥미로운 점은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가 시장 전체를 흔드는 동안에도 특정 흐름들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인 게 AI 투자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아마존, 메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에 쏟아붓는 돈의 속도가 전쟁 이후에도 전혀 줄지 않고 있다.

JP모건은 이 상황을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으로 규정했다.

경쟁이라는 구도에서는 어느 한쪽이 먼저 발을 빼는 순간 뒤처지게 된다.

유가가 오르든, 금리가 오르든, 이 판에서 멈추는 선택을 하기 어려운 이유다.

현재 S&P500 구성 종목의 절반 가까이가 AI 관련주라는 점도 이 흐름과 연결된다.

이 구조가 유지되는 한, 시장이 전쟁 공포로 출렁이더라도 특정 수준 이하로 무너지는 데는 구조적인 제약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가 하락의 원인이 실적 악화가 아니라는 점…

지금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포인트는 기업 실적이다.

올해 S&P500 기업들의 실적은 전쟁이 터지기 전부터 이미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었다.

매그니피센트 7이라 불리는 대형 빅테크뿐 아니라 나머지 일반 기업들도 두 자릿수 성장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게 중요한 이유가 있다.

지금 주가가 빠지는 원인이 기업 실적 문제가 아니라는 걸 숫자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하락은 기업의 펀더멘털이 무너져서가 아니라 전쟁이 만들어낸 불확실성, 즉 공포가 주가를 누르고 있는 것이다.

공포는 영구적이지 않다.

그 공포가 걷히는 시점에 그동안 눌려 있던 실적이 주가에 반영되는 패턴이 역사적으로 반복돼왔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덜 주목받고 있지만 의미 있는 신호가 하나 더 있다.

코로나 이후 오랫동안 침체 상태에 머물던 미국 제조업 사이클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신규 주문과 생산 지표가 성장세로 전환되고 있다는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

제조업 회복은 경기 전반의 체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쟁이 끝나고 유가가 안정되면 이 회복세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겉으로는 전쟁 공포에 시장이 흔들리고 있지만, 경기의 체력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주식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덜 들여다보는 채권 시장의 반응이 지금 시점에서는 오히려 더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채권 시장은 주식보다 감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주식이 공포에 먼저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면, 채권은 실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움직인다.

일종의 냉정한 심판 역할을 한다고 이해하면 된다.

현재 하이일드 채권 스프레드, 즉 회사채가 국채보다 얼마나 더 많은 이자를 제공해야 하는지를 나타내는 수치는 전쟁 이후 확대됐다.

그런데 채권 전문가들과 주요 운용사들이 하나같이 내놓는 평가는 확대됐지만 위기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채권 전문가는 전쟁 중에 이 수치가 3퍼센트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는 건 역대급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봤다.

이는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전쟁이 주변국에게 성장 기회가 되는 경우가 역사적으로 있었다는 점과도 연결된다.

여기서 핵심적인 신호가 있다.

주식 시장은 크게 흔들리고 있는데 채권 신용 시장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이런 조합이 역사적으로 나타날 때는 나쁜 뉴스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상태라는 해석이 뒤따라왔다.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는데 채권이 따라가지 않는 국면은, 주식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물론 전쟁이 길어지면 이 스프레드가 추가로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마진 데트와 결합될 경우 연쇄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구조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상황이 무조건 안심해도 된다는 신호는 아니다. 다만 채권 시장이 아직 위기라는 신호를 보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역사가 반복해서 보여준 패턴…

진주만 공습, 한국전쟁, 걸프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시장 역사를 돌아보면 공통된 패턴이 하나 있다.

전쟁 그 자체가 시장을 영구적으로 망가뜨린 사례는 없었다는 것이다.

시장을 눌렀던 건 전쟁이 만들어낸 불확실성이었고, 그 불확실성이 걷히는 순간마다 시장은 제자리를 찾았다.

이 패턴이 지금 버티고 있는 투자자들에게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지금 보유 종목이 탄탄한 실적을 가진 기업이라면,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가 만들어낸 공포가 걷히는 순간 그 가치는 주가에 한꺼번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공통된 시각은 이렇게 정리된다.

지금 시장을 누르고 있는 건 전쟁이라는 외부 변수가 만들어낸 공포다. 그런데 그 공포 아래에서 기업들은 실적을 내고 있고, AI 투자는 멈추지 않고 있고, 제조업은 살아나고 있다. 채권 시장도 아직 위기 신호를 보내고 있지 않다.

뉴스 헤드라인 하나에 흔들려 내리는 결정이 최선의 판단일 가능성은 낮다는 게 이 시각의 핵심이다.

물론 시장은 언제나 예상을 벗어날 수 있고, 모든 분석은 틀릴 수 있다.

투자의 최종 판단은 항상 본인의 몫이다. 다만 공포에 압도되기 전에 데이터가 실제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한 번쯤 살펴보는 것, 그것만으로도 지금 이 시장에서 덜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