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삼성전자 성과급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숫자만 보면 대기업 다니면 다 잘 받겠지 싶을 수 있는데, 실제 안을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꽤 복잡하다.
현재 논의되는 성과급 기준은 계약 연봉 8천만 원, 회사 전체 매출 250조 원을 기준으로 잡는다고 한다.
회사 측은 전체 재원을 연봉의 10%로 제안했다. 이걸 사업부별로 나누면 이렇게 된다.
- 메모리: 약 7억
- 공통 부문: 약 5억
- 파운드리·LSI: 약 1억
반면 노조 측은 재원을 15%까지 늘리되, 배분 방식을 다르게 가져가자고 주장한다.
- 메모리: 약 6억
- 공통 부문: 약 5억
- 파운드리·LSI: 약 4억
숫자만 보면 노조 안이 파운드리에 후하다. 메모리는 오히려 7억에서 6억으로 줄지만, 파운드리는 1억에서 4억으로 네 배나 뛴다. 총액은 더 크고, 배분 방식도 다르다.
회사와 노조, 왜 이렇게 다른 그림을 그릴까!
회사 측 논리는 단순하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 메모리 사업이 잘 됐으니 메모리 직원들이 더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고, 어찌 보면 상식적으로 들린다.
노조 측 논리도 나름, 우리가 같은 공장, 같은 팹에서 협업하며 일하는데, 부서마다 이렇게 격차를 두면 파운드리는 그냥 버리겠다는 거냐는 것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끼리 이렇게 차이가 나면, 결국 조직 전체가 흔들린다고 본다.
둘 다 틀린 말은 아니다. 다만 이 두 가지 논리가 충돌하면서 협상이 막혀버린 상황이다.
파운드리는 왜 기피 부서가 됐나?
사측 안대로 협의가 이뤄질 경우, 파운드리 부서로 이동하는 것이 직원들 사이에서 사실상 유배처럼 여겨지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연구소 내부에서 이미 파운드리 관련 프로젝트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한다.
잘해도 어차피 파운드리 쪽으로 끌려가거나,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강제로 옮겨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크기 때문이다.

성과급 차이가 어느 부서에 있느냐를 결정짓는 중요한 신호로 작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파운드리와 LSI 사업부 직원들의 노조 참여율은 급격히 높아졌고, 동기부여도 사라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주식으로 절반을 준다는 조건, 왜 별로인가?
회사 측 안에는 또 하나의 함정이 숨어 있다. 성과급의 50% 이상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지급하겠다는 조건이다.
직원 입장에서 이게 왜 문제냐면, 받자마자 바로 팔 수 없는 경우가 많고, 회사 주가에 따라 실제 받는 가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노조는 이 부분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해 협상을 중단했고, 상황은 파업 직전까지 흘러가는 모양새다.
또 하나 중요한 지점이 있다.
사측은 이번 성과급을 매년 주는 고정 보상이 아니라 올해만 주는 특별 보상으로 처리하려 한다.
반면 노조는 SK하이닉스처럼 성과급 지급 자체를 회사 제도로 못 박아두길 원한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제도화가 되지 않으면 직원들은 매년 협상 테이블 앞에 서야 하고, 그때마다 싸워야 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선 고정 비용을 늘리기 싫은 게 당연하지만, 직원 입장에선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보상은 사실상 절반짜리 보상이다.
성과급 문제는 단순히 얼마 받느냐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느 부서에 있냐에 따라 직원이 느끼는 회사에 대한 신뢰, 미래에 대한 기대, 일에 대한 동기 자체가 달라진다.
파운드리가 단기 실적은 낮더라도, 삼성이 장기적으로 TSMC에 맞서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없어서는 안 될 사업부다.
그 사업부를 기피지로 만들어버리면, 결국 삼성 전체의 경쟁력을 스스로 깎아내리는 꼴이 된다.

단기 비용을 아끼려다가 장기 경쟁력을 잃는 선택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외부에서 보기엔 그렇게 느껴진다.
SK하이닉스는 회장이 직접 결단을 내려 성과급을 제도화했다는 말도 나왔다.
삼성은 어떤 방향으로 결론을 낼지, 그 결과가 조직 문화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협상은 현재 진행 중이며 결과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