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주식에 투자한다고 하면 으레 따라붙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바로 밤샘과 피로죠.
저 역시 그랬습니다. 중요한 실적 발표가 있는 날이면 새벽 1시, 2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비몽사몽간에 MTS(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를 켜곤 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 밤 11시 30분(서머타임 적용 시 10시 30분)에 열리는 정규장을 챙겨보려면 어쩔 수 없는 숙명과도 같았죠. 낮에 아무리 좋은 뉴스가 터져도 아, 오늘 밤에 오르겠네라고 생각만 할 뿐, 바로 대응할 수 없는 답답함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숙명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증권사들이 미국 주식 주간거래, 이른바 데이마켓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이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15분까지(한국 시간 기준) 미국 주식을 거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한창 일하고, 점심 먹고 커피 마시는 바로 그 시간에 말이죠.
기존의 정규장(23:30~06:00)이나 시간 외(06:00~07:00) 시장과는 완전히 별개로 데이마켓이라는 시간이 새로 생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엔 이게 프리마켓(Pre-market)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유동성(LP)을 공급하고 글로벌 투자은행(IB)의 호가를 받아서, 우리나라 낮 시간대에 맞춘 별도의 시장을 열어주는 개념이었습니다.
데이마켓 주문 작동 방식
여기서 투자자들이 가장 헷갈리고, 또 가장 중요하게 알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바로 데이마켓 주문의 작동 방식입니다.
낮 10시에 주문 넣어두면, 밤 11시 30분 정규장 때 알아서 체결되는 거 아닌가? 절대 아닙니다.
데이마켓 시간에 넣은 주문은 오직 데이마켓 시간(10:00~17:15) 안에서만 유효합니다. 쉽게 비유하자면, 데이마켓은 낮에 잠깐 열리는 팝업 스토어 같은 겁니다.
이 팝업 스토어에서 주문을 넣었는데 물건을 못 샀다? 그럼 오후 5시 15분에 팝업 스토어가 문을 닫는 순간, 그 주문은 자동으로 취소됩니다.
이 주문이 밤 11시 30분에 문을 여는 백화점 본 매장(정규장)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만약 정규장에도 주문을 넣고 싶다면 그 시간에 맞춰 새로 주문을 내야 합니다.
시간 외 주문(06:00~07:00)도 마찬가지로, 그 1시간 동안만 유효한 별도 주’입니다.

장단점은?
그렇다면 이 데이마켓은 투자자에게 무조건 이득일까요?
장점
즉각적인 대응과 편리함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대응력입니다. 예전에는 낮에 엔비디아나 테슬라 관련 속보가 터져도 발만 동동 굴렀지만, 이젠 즉각 매수나 매도 주문을 넣을 수 있습니다. 밤에 잠을 설칠 필요가 없어진 것도 삶의 질을 높여주는 큰 요소입니다.
여기에 원화증거금 서비스까지 결합되니 편리함은 극대화됩니다. 예전처럼 환율 따져가며 미리 달러를 환전해 둘 필요 없이 그냥 원화(KRW)만 계좌에 넣어두면 알아서 환전되어 주식이 사집니다. 정말 경계가 허물어진 느낌입니다.
단점
잦은 매매의 유혹과 진짜 시장과의 괴리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단점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첫째, 과잉 매매의 유혹입니다. 밤에만 열리던 시장이 낮에도 열리니, 하루 종일 MTS를 들여다보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사실 미국 주식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묵직하게 가져가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잦은 매매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둘째, 데이마켓은 정규장이 아닙니다. 정규장만큼 거래량이 풍부하지 않을 수 있고, 호가 갭(매수-매도 가격 차이)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즉, 내가 원하는 가격에 정확히 체결되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합니다.

수수료는?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증권사마다 확인 필수) 증권사 입장에서는 낮 시간에 별도의 시장을 운영하는 것이기 때문에 추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확인한 자료(미래에셋증권 기준)에 따르면, 데이마켓의 거래 수수료는 정규장과 동일(예: 0.25%)하게 적용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증권사마다 정책이 다를 수 있습니다.
어떤 증권사는 이벤트로 무료 수수료를 제공할 수도 있고, 반대로 더 높은 수수료를 적용할 수도 있겠죠. 내가 사용하는 증권사의 데이마켓(주간거래) 수수료가 정규장과 동일한지, 혹은 별도 이벤트가 적용되는지 반드시 확인해 보셔야 합니다.
거래 가능 종목과 지정가 주문
모든 종목이 거래되진 않습니다. 데이마켓에서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모든 종목이 거래되는 것은 아닙니다. 증권사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는, 주로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량이 많은 주요 종목들(예: ETF, 대형주) 위주로 거래가 가능합니다.
내가 투자하려는 종목이 데이마켓 거래 대상인지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지정가 주문만 가능합니다. 데이마켓에서는 현재가로 즉시 체결하는 시장가 주문은 불가능하고, 내가 원하는 가격을 지정하는 지정가 주문만 가능합니다.(이 역시 증권사 정책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확인!)

미국 주식 주간거래는 밤샘이라는 물리적 장벽을 허물어준 혁신적인 서비스임은 분명합니다. 특히 즉각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편리함이 충동적인 단기 매매로 이어지지 않도록 스스로 원칙을 세우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이 새로운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온전히 투자자 본인의 몫이겠죠.